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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영아살해' 母 또 임신…변호인 "남편 피임 안하냐" 호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인 30대 친모. 연합뉴스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인 30대 친모. 연합뉴스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피고인 30대 친모가 현재 임신 중기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3명의 아이를 둔 피고인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서 이후 태어난 두 아이를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또 다시 임신을 한 것이다.

11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황인성) 심리로 열린 A씨의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 공판에서 변호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남편 B씨에게 "피고인이 현재 임신 15주라는데 이 사실을 아느냐"는 물음에 B씨는 "접견해서 들었다"고 답했다.

A씨의 임신 차수를 고려하면 수사기관에 범행이 발각되기 전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변호인은 이날 신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아내에 대한 남편의 무관심을 질책했다. 그는 "남편이란 사람이 왜 무책임하게 피임도 신경 쓰지 않았을까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세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은 뒤 산부인과에서도 말리는 방법으로 피해 영아를 출산했는데,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기 싫고 동의가 없어서 이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제가 똑바로 행동했다면 아내가 그렇게 (범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우자에게 보이지 않는 가해를 지속해 범행했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A씨 측은 피고인이 산후우울감을 겪는 등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피고인이 범행 시점에 남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시하며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을 당시엔 평소 심리 상태와 다르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B씨에게 "(범행 당일) 피고인과 대화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못 느꼈냐"고 물었고, B씨는 "직접 대화를 한 게 아니어서 잘 몰랐다"고 대답했다.

A씨 측은 이날 B씨의 증인 신문을 사생활 등을 이유로 비공개 하길 원했으나 재판부 판단에 따라 공개 재판으로 진행되는 것에 동의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출산한 아기 둘을 살해한 뒤 시신을 거주지인 아파트 내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미 남편 B씨와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또 임신하자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8년 11월경 넷째 자녀이자 첫 번째 살해 피해자인 딸을 병원에서 출산한 후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2019년 11월 다섯째 자녀이자 두 번째 살해 피해자인 아들을 병원에서 낳은 뒤 해당 병원 근처 골목에서 같은 방식으로 숨지게 했다.

A씨는 아기들의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은 상태로 보관했다.

그의 범행은 올해 5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 되지 않은 '그림자 아기' 사례를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A씨 측은 "영아살해죄는 분만 직후라는 시간적 간격이 아닌 산모의 심리 상태에 따라 파악돼야 한다"며 살인죄가 아닌 법정형이 보다 가벼운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피고인이 장소 이전 없이 (첫번째 피해) 영아 사체를 집 안 냉장고에 보관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체은닉 혐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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