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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해임 정지에 제동걸린 ‘공영방송 새판짜기’…KBS 남영진은 해임 유지

중앙일보

입력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11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권 이사장은 해임 취소소송의 판결이 난 뒤 30일이 되는 날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해임 집행정지 받아들여진 이유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MBC 대주주인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제출한 해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뉴시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MBC 대주주인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제출한 해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뉴시스.

이날 재판부는 권 이사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해임사유 중 상당 부분은 방문진 이사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했다”며 “(권 이사장이) 방문진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 개인이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방문진이 이사회 구성원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권 이사장을 해임한다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해임으로 인해 권 이사장 개인이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유·무형의 손해를 입을 수 있어, 해임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는 있다고 한 것이다. 1심 판결이 난 뒤 30일까지로 이사장직을 유지하도록 한 것은 행정소송규칙에 따라 항소 여부 등을 고려한 조치로 재판부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

MBC·KBS 이사회 구도 변화, 영향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법원의 결정에 따라 올해 5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공영방송 ‘새판 짜기’에 잠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7월 10일엔 감사원이 시민단체의 국민감사 청구에 따른 방문진 감사에 들어갔다. KBS도 예외가 아니었다. 7월12일 방통위는 야권 성향의 KBS 윤석년 이사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지난달 14일엔 남영진 전 KBS 이사장과 정미정 EBS 이사의 해임안도 의결되는 등 공영방송 개혁에 속도를 냈다. 지난달 25일엔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됐다.

특히 방문진의 경우 권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8월 3일 해임 청문절차 개시)가 해임되면 여권과 야권 성향 이사가 각각 3대 6을 이루던 구도가 5대 4로 재편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경우 안형준 사장 등 현 MBC 경영진 교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해임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됐고, 권 이사장의 본안 재판이 남아있는 상황이 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다만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해임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다. 남 이사장이 해임으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것은 사실이지만, KBS 이사는 개인의 자아실현보다 의결기관으로 정책적 판단을 하는 공적 부분이 더 강조된다는 이유다. 또 남 이사장이 현재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고, 만약 해임 효력이 정지된다면 KBS 이사회 심의·의결 과정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남 이사장이 해임된 뒤 새 이사 자리를 이미 지난달 21일 황근 선문대 교수가 채웠다는 점도 강조됐다.

남 전 이사장 해임으로 이미 KBS 이사회는 여야 6대 5로 여권 우위로 재편된 상태다. 남 전 이사장가 해임된 뒤 이사가 된 황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2년 KBS 이사를 지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인사로 평가받는 조준희 YTN 사장은 임기 10개월을 남기고 문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그해 11월 김장겸 MBC 사장도 방문진 이사에서 해임됐다. 이듬해 1월엔 고대영 KBS 사장도 KBS 이사회 해임제청을 거쳐 해임돼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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