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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노인성 난청, 보청기·청력 재활 치료로 개선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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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전문의 칼럼 선우웅상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듦에 따라 귀의 노화 현상으로 인해 서서히 청력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말한다. 65~75세 노인의 25% 이상, 75세 이상 노인의 50%가 청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성 난청의 원인인 귀의 노화는 외이, 중이, 내이 등 전 영역에 걸쳐 이뤄진다. 귀의 구조 중 외이와 중이는 소리를 모아서 내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내이는 소리를 감지, 분석해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외이와 중이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전음성 난청’, 내이의 기능 이상은 ‘감각신경성 난청’(감음성 난청)이라고 부른다. 노인성 난청은 주로 내이에 노화 현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일단 귀의 노화로 퇴행성 변화가 이뤄진 신경조직은 재생이 힘들다. 청력을 예전 상태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성 난청은 단순히 소리를 잘 못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난청을 방치하면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진다. 노인성 난청 환자는 정상인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2~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노인성 난청 환자가 시끄러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자신의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의 위원회는 난청을 예방 가능한 치매 위험 인자의 하나로 규정하고 보청기, 청력 재활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를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23년 랜싯에 발표된 미국의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치매 고위험군의 환자에서 보청기와 청력 상담을 정기적으로 시행한 경우 인지 기능 저하가 더 적게 나타났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증상과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난청의 유형, 정도를 판별해야 한다. 단, 난청이 심한 경우에는 인공와우나 이식 수술 등을 통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심하지 않은 노인성 난청 환자는 적극적인 청력 재활도 중요하다. 청력 재활 중에는 심리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노인성 난청 환자는 타인과의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 질환으로 귀가 아주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적극적인 재활로 일상과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없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또 가족이나 주변인과의 대화 중 잘 듣지 못하는 부분은 편히 다시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주변인들은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이야기해 노인성 난청 환자가 최대한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변의 정서적 지지는 청력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 청력 재활 시에는 보청기를 통해 자신이 듣고자 하는 소리에 집중해서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9월 9일은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지정한 ‘귀의 날’이었다. 57주년을 맞은 귀의 날을 계기로 난청으로 고심하는 환자가 다시 청력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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