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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리즈’ 양날개…한국미술 날아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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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약 8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고 폐막했다. 사진은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부스. 왼쪽 니콜라스 파티의 그림은 16억원에 판매됐고, 오른쪽 폴 매카시의 조각은 7억7000만원에 판매됐다. [사진 하우저앤워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약 8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고 폐막했다. 사진은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부스. 왼쪽 니콜라스 파티의 그림은 16억원에 판매됐고, 오른쪽 폴 매카시의 조각은 7억7000만원에 판매됐다. [사진 하우저앤워스]

위기냐, 기회냐.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와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가 나란히 열렸을 때 한국 미술계가 마주했던 큰 질문이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지난 6일 다시 두 아트페어가 나란히 개막해 각각 4일, 5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성과는 “프리즈 공동 개최는 한국 미술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전시장 안팎에서 작품 구입 문의와 한국 작가 해외 전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3층에서 열리는 프리즈와 1층에서 열리는 키아프 사이엔 여전히 온도 차가 있었지만, 미술계에선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앞으로 더욱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았다. 올해 프리즈·키아프 현장을 요약해 전한다.

①중국 컬렉터 활기 더했다=올해 행사에 참여한 갤러리 관계자들은 “올해 중국 본토 컬렉터는 물론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컬렉터들이 많이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리즈에서 만난 독일 스푸루스 마거스 갤러리의 오시네 시니어 디렉터는 “이번엔 미국에서 온 손님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온 손님을 많이 만났다. 판매 성과도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②쿠사마 야요이 파워 강력했다=지난해 프리즈 개막 당시 보인 ‘오픈 런’ 현상이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은 첫날부터 높은 판매 기록을 올렸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선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붉은 신의 호박’이 580만 달러(약 77억3000만원)에 판매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즈워너에선 캐서린 번하트의 회화도 220만 달러(약 29억3000만원)에 판매됐다.

하우저앤워스에서도 첫날에만 13점 이상 판매됐다. 시카고 태생의 화가 라시드 존슨(46) 회화가 97만5000달러(약 13억원)에, 조지 콘도 회화도 80만 달러(약 10억6000만원)에 판매됐다.

③한국 작가들 주목 받고 있다=박서보·이건용·하종현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첫날 국제갤러리에선 박서보(92) 화백의 2008년 작품이 약 7억원에 판매됐고, 하종현(87) 화백의 2022년 작품이 약 3억원에 판매됐다. 한편 리안갤러리에선 이건용(80) 화백의 대형 신작이 약 6억원에 판매됐고, 화이트큐브갤러리에선 박서보 화백의 작품이 50만파운드(8억원)에 판매됐다. 이밖에 이배·남춘모·이불·양혜규·강서경 등 중견 작가들 작품도 고루 판매됐다.

프리즈에서 피카소 드로잉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뉴시스]

프리즈에서 피카소 드로잉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뉴시스]

④“희귀 작품 보자” 관객들 줄 섰다=참여 갤러리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여한 로빌란트 보에나(R+V) 갤러리와 스티븐 옹핀 파인 아트 갤러리였다. R+V 갤러리는 제프 쿤스의 가로 3m 크기 조각 ‘게이징 볼’과 수백 개의 나비 날개로 만든 데이미언 허스트의 ‘생명의 나무’ 등을 선보였다. R+V 갤러리 관계자는 “칸딘스키 등 올드 마스터 작품이 여러 점 판매됐으며, 허스트·샤갈·르누아르 작품에 대해선 아직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⑤키아프 안에서도 명암 교차했다=키아프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으나 전반적으로는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는 “고상우·안소희 작가 작품은 완판됐고, 한상윤·김소형·김우영 작가도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최재우 조현화랑 대표는 “이배 등 중견 작가는 프리즈에 배치하고, 키아프에선 특히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며 “산수화가 조종성의 작품 4점이 모두 판매되는 등 키아프에서 소개한 젊은 작가들 작품이 국내외 컬렉터로부터 관심을 끈 것이 큰 성과였다”고 전했다.

설원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키아프 전시 내용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키아프가 프리즈로부터 많은 자극을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 중견 작가는 키아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작가는 “키아프는 겉모습은 백화점 같지만 실제 작품 구성을 보면 절반 정도가 마치 아울렛 같아 질적으로 매우 부족해 보였다”면서 “한국화랑협회가 앞으로 더욱 엄격한 심사로 참여 갤러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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