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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외상 없어 괜찮다고? 안 보이는 미세파열 조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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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호 28면

생활 속 한방

교통사고가 빈발하면서 교통사고 상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12개 손해보험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교통사고 접수 건수는 2017년부터 5년간 약 1100만건을 기록했다. 이 중 27%가량은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입원했음에도 조기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 상해 입원 환자 약 10명 중 3명이 조기 퇴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마저도 진단 입원일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조기 퇴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사고를 겪고도 치료를 충분히 받지 않은 사람의 수는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에서 보험사에 접수조차 하지 않은 채 그냥 개인 간 합의만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파열은 영상진단서도 안잡혀

‘뼈가 부러지지도 않았고 상처도 없는데 왜 치료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고 직후 내 몸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며 필요하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더욱 긴 치료시간과 금액을 들여야 할 수 있다.

교통사고 통증은 사고 직후가 아닌 며칠이 지난 후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리 몸이 격한 흥분 상황에 놓이면 스트레스로 인해 체내 호르몬 수치가 급변하기 때문이다. 비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를 늘려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골절 등 한눈에 식별 가능한 외상과 달리 근육과 혈관에 미세파열과 손상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문제는 미세 파열·손상은 X-Ray, CT, MRI와 같은 영상진단 장비로도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환자로 하여금 마치 다치지 않은 것처럼 판단하게 만들어 조기 치료 중단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근골격계 손상을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추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기왕증(旣往症)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기왕증은 말 그대로 사고 전부터 이미 가지고 있었던 병력(病歷)을 의미한다. 허리가 옆으로 휘어있는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과 같이 이미 신체의 노화 또는 잘못된 자세 등으로 신체의 균형이 무너진 사람의 경우라면 조그마한 충격에도 급격히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특히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등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교통사고로 인한 편타성 손상(Whiplash-Associated Disorder, WAD)에 주의해야 한다. 편타성 손상은 사고로 인해 차량이 급격하게 멈추거나 가속하며 목과 허리가 채찍처럼 앞뒤로 강하게 꺾여 발생한다. 이를 방치하면 기왕증 악화에 따른 신경 손상으로 팔, 다리 등에 마비와 감각장애 증세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교통사고로 신체에 충격을 입었다면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사고 치료에는 한의학적 치료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특히 한의학은 영상진단에 잡히지 않는 미세손상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주요 혈자리에 침 치료를 하면 교통사고 충격으로 과수축한 근육을 이완하고 혈류량을 회복시켜 통증이 완화하는 데 도움된다.

약침·한약, 사고후 어혈 제거에 도움

침 치료의 통증 완화 효과는 통합의학 관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미국내과학회는 ‘요통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침 치료와 같은 비침습적 치료를 우선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자생한방병원이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세계적 석학들은 침 치료가 마약성 진통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급성 근골격계 질환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논의한 바 있다.

충격으로 모세혈관이 파열돼 피가 정체되고 뭉치는 ‘어혈(瘀血)’도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해 다양한 교통사고 후유증을 초래한다. 한방에서는 침뿐만 아니라 약침,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어혈을 제거한다. 적작약, 단삼 등 어혈 제거에 효과적인 한약재 성분을 함유한 중성어혈약침과 혈소판 응고 억제와 염증 완화에 탁월한 안신지통탕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한의학의 교통사고 상해치료 효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헬스케어(Healthcare)’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과학적인 연구들로 밝혀진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를 한약 치료군과 한약을 처방받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한약을 처방받은 환자들의 회복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내원한 외래환자 중 중증의 통증을 보이는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약 치료군은 치료 32일 만에 교통사고 후유증이 절반으로 감소한 반면, 대조군은 109일이 소요됐다.

같은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자생한방병원의 또 다른 논문도 교통사고 상해 치료에 대한 한방통합치료 효과 입증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교통사고 상해로 입원한 척추측만증 환자의 통증과 기능 장애 및 삶의 질 개선에 효과적이라 분석된 것이다.

연구결과 입원 시 중등도 통증(4.86)이었던 NRS는 경증(3.01)까지 감소했다. 기능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ODI는 중증 이상의 장애(35.96)에서 낮은 수준(14.21)으로 약 60% 감소했다.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EQ-5D 지표는 입원 전 0.67에 불과했지만 퇴원 후 0.88로 상승했다.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생업, 육아, 합의 문제 등 처리해야 할 고민이 산더미처럼 쌓이게 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이는 더 많은 스트레스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여기에 후유증으로 인해 건강까지 안 좋아진다면 더욱 골치가 아파질 수 있다. 사고 이전 평화로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하기 위해서라도 나의 건강을 위한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

박원상 광화문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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