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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 비웃듯…中 화웨이, 한 주 만에 또 폴더블 신제품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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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화웨이는 지난주 '메이트 60프로'를 공개한데 이어 8일 '메이트 60프로 플러스' 온라인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화웨이는 지난주 '메이트 60프로'를 공개한데 이어 8일 '메이트 60프로 플러스' 온라인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주 자체 개발한 칩을 내장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공개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중국 화웨이가 ‘메이트60 프로 플러스’와 폴더블폰 ‘메이트X5’까지 잇따라 내놓았다.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칩을 비롯해 통신 모뎀 등 상당한 부속품을 중국 자체개발 제품으로 채운 화웨이가 메이트 시리즈의 고급 버전과 폴더블폰까지 추가하면서 중국의 기술력 진전을 뽐내는듯한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화웨이가 이날 오전 10시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 ‘메이트60 프로 플러스’와 ‘메이트X5’의 사전주문을 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메이트60 프로’ 때와 같은 방식으로 사전 광고 없이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이날부터 주문받은 제품은 다음 달 9일까지 배송될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이트60 프로 플러스’의 사양은 메이트60 프로보다 내부 저장공간이 더 커졌으며 위성 두 대를 동시에 연결하는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폴더블 폰인 ‘메이트X5’는 삼성 갤럭시Z 폴드 시리즈처럼 세로로 접는 형태로 12GB + 512GB 스토리지, 16GB + 512GB 스토리지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이다.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미국 제재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신제품을 공개하고 다음 날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이는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 기간(지난달27~30일)에 벌어진 일이다. 대중무역 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인사의 방중에 맞춰 신제품을 공개했던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주 간격으로 시리즈 신제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앞서 공개한 메이트60 프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로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 인해 중국의 기술 자력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한 분석에 따라 “이 제품의 다른 많은 구성 요소에도 중국 기업이 활용됐다”라며 “베이징 온마이크로 전자회사의 무선 주파스 프런트엔드 모듈, 화크리에이트(Hwa Create Co.)의 위성통신모뎀, 광저우 런신정보기술의 RF트랜시버가 포함됐다”라고 보도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어 매체는 “이처럼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은 화웨이가 해외 기술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라며 “현재까지 이뤄진 분석에 따르면 메이트60 프로에 쓰인 외국산 제품은 SK하이닉스의 D램 메모리뿐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아직 모든 부품의 분석은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전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통신 칩을 스카이웍스 솔루션과 코르보 등 미국 공급업체에 의존해왔다. 제재 이후 몇 년간 퀄컴 기반 장치를 4G 무선 속도로 제한해 출시하면서 모바일 사업을 이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사이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자국 내 생산 제품들로 그 자리를 채워낸 것이다. 런신정보기술은 광둥성에 본사를 둔 회사로 최대주주는 중국 정부로 알려졌다. 화크리에이트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군사장비업체로 중국이 위성 항법 시스템, 레이더 시스템, 드론 등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화웨이 신제품에서 자사의 LPDDR5와 낸드 제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4% 넘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05% 내린 11만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1만28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에서 SK하이닉스 판매망에 대해 조사가 들어갈 가능성이 생기며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30일 공개된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EPA=연합뉴스

지난달30일 공개된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EPA=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웨이가 SK하이닉스에 공식 루트로 물량을 공급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고, 다른 기업의 제품까지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모바일 제조사들은 B2B 형태의 직접 구매 방식보다 독립 ‘대리점’을 통한 유통방식을 선호해왔다”라며 “구매 물량과 시점에서보다 유연하고 유동적인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유통구조 내에서 일부 대리점 물량들이 화웨이 쪽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총 출하량이 500~1000만대로 예상되는 해당 화웨이 제품 내에서 마이크론 등의 메모리가 추가로 발견된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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