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교사가 교장선생님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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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처음 부임한 이 학교에서 가르친 그 아이들이 자라서 이젠 제게 학교를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25년간 평교사로 근무한 소찬영(52.정읍고 공통사회.사진)씨는 지난 10월 제자들로부터 정읍고 교장에 응모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교육부가 공교육 혁신모델로 4개 개방형 자율학교(서울 원묵고.충북 청원고.부산 남고.전북 정읍고)의 교장을 공모하도록 허용한 직후다.

'평교사가 교장이 된다'. 이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소 교사는 정읍고에 대한 애정에서 공모에 지원했다. 그에게 정읍고는 1981년 교사로서 초임지인 동시에 3번이나 재발령 받아 13년을 근무한 곳이다.

그 사이에 제자의 자녀를 제자로 받기도 했다. 소 교사는 "최근 몇 년간 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이대로 가면 정읍의 교육환경이 전국에서 가장 열악해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공모에 응했다"고 말했다.

소 교사는 학교운영위원회.도교육청인사위원회 등의 심사를 거쳐 26일 교장에 선출됐다. 이갑상(46) 학교운영위원장은 "소 선생님은 아이들 얘기라면 목소리가 떨릴 만큼 열정이 있는 분이니 정읍고를 좋은 학교로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체능계 등 일부 자율학교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를 선임한 적은 있지만 평교사가 곧바로 교장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 교사는 "정읍고를 가장 잘 아는 교사라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역 내 유일한 공립학교인 정읍고를 "누구나 오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 침체된 지역 교육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했다.

소 교사는 "특별한 활동보다는 지(智).덕(德).체(體)의 조화를 이루며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며 "교사들이 잠재력을 백분 펼칠 수 있게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 교사는 내년 2월 교장에 취임해 2010년까지 4년간 교장직을 맡게 된다. 정읍고는 2008학년도부터 특목고 전형 시기에 맞춰 신입생을 뽑을 계획이다. 전라북도에 사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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