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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경영 시작은 바우하우스” 유럽서 뜬 삼성의 비밀 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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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필 비바체랩 대표(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석필 비바체랩 대표(전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이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초일류 명품이 된 건 정보기술(IT)에 인문학·문화를 제대로 입혔기 때문이에요. 깊이 있고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로 격을 높였지요.”

김석필 비바체랩 대표(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2005~2013년 영국·프랑스 법인장, 유럽총괄 사장 등을 지낸 경험을 살려 최근 『삼성, 유럽에서 어떻게 명품 브랜드가 되었나?』를 펴냈다.

김 대표는 “한국은 숙명적으로 해외에 나가서 사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이 유럽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글로벌 마인드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돌이키며, 삼성이 유럽 소비자의 마음 사로잡은 건 문화 마케팅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뿌리가 독일 바우하우스 정신과 연결돼 있습니다. 독일 건축학교였던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현대 예술·디자인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진정성 있게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브랜드의 격이 높아지고, 오래갈 수 있다고 강조하셨지요.”

김석필

김석필

삼성은 이후 유럽 국민의 ‘열광 포인트’ 찾기에 나선다. 김 사장은 “영국에서 스포츠는 광의의 문화 자산인데 삼성이 첼시FC의 스폰서십을 맡은 게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거래처 관계자나 유력 인사들을 축구장 VIP 박스로 초대해 유대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삼성의 후원자가 된 것도 기억에 남아요. 한 번은 명화 전시회에 삼성이 신제품 TV를 선보였더니, 이걸 본 베르베르 작가가 ‘비 크리에이티브’라고 직접 써 들고 나서 삼성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노력 덕분에 당시 프랑스 휴대폰 최강자였던 노키아를 제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현지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글로벌 기업은 물건을 파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IT 제품도 사람에 대한 사랑과 공감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고품격으로 가는 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고유의 기업문화와 현지 문화를 잘 조화시켜 ‘양손 경영’에 성공한 사례입니다. 현지인들도 ‘삼성표 열정 DNA’에 전염되더라고요. 휴일에도 자발적으로 출근하는 거예요. 삼성의 열정과 도전의식이 진심으로 다가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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