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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만의 ‘9월 열대야’…태풍이 더운 수증기 밀어붙인 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5일 서울이 기상 관측 이래 역대 가장 높은 9월 평균기온을 기록하는 등 가을에 접어들었는데도 더위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6일에도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5일 서울의 평균기온은 28.5도로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116년 만에 가장 높은 9월 평균기온을 기록했다. 기존 기록은 1935년 9월 8일의 28.2도였다. 강원 춘천과 경기 동두천도 각각 26.7도와 26.4도로 9월 평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앞서 서울과 인천 등 전국 곳곳에는 전날 밤부터 이례적인 가을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열대야란 전날 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에서 9월에 열대야가 나타난 건 1935년 이후 88년 만이다.

서울의 평균 기온이 기록적으로 높았던 건 따뜻한 동풍이 불어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기온이 높아진 데다가, 낮 동안에 오른 기온이 밤사이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쪽에서 유입된 수증기로 인해 습도가 올라가고 구름이 하늘을 덮으면서 열이 빠져나가는 걸 막은 것이다.

퇴근길 서울 일부 지역에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소나기가 쏟아진 것도 대기 중에 수증기가 꽉 차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열대야가 발생하려면 남쪽에서 들어오는 굉장히 많은 수증기가 전제돼야 한다”며 “12호 태풍 기러기가 저기압 소용돌이로 변질된 채로 일본 규슈 남쪽까지 오면서 마치 난로처럼 한반도로 따뜻한 수증기를 퍼다 올리는 수증기 공급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6일에도 서울의 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르는 등 서울 일부 지역을 포함해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는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전라도를 중심으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기상청은 “폭염 특보가 발효된 지역에서는 체감온도가 33도 내외로 올라 무덥겠으니 더위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주말까지 전국의 기온이 평년 기온을 훌쩍 웃도는 등 더위의 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 통보관은 “수증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일교차가 커지고, 밤에 꿉꿉한 느낌은 덜 해질 것”이라면서도 “일요일을 전후로 남쪽에서 저기압 소용돌이가 올라오면서 습도가 높은 무더운 날씨가 또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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