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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심해 청소부 ‘사르202’ 세균 세계 최초 배양

중앙일보

입력

(사진 왼쪽) 사르202 세균을 어둠 조건에서 21일 동안 배양 후 강도가 다른 빛에 노출하면 빛의 세기에 비례하여 생장이 저해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약 3일에 1번 분열하며, 완전한 생장에는 50일 이상이 필요하다. (오른쪽) 주사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사르202 세균은 1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작은 크기며, 구형 또는 가운데가 파인 도넛 형태.

(사진 왼쪽) 사르202 세균을 어둠 조건에서 21일 동안 배양 후 강도가 다른 빛에 노출하면 빛의 세기에 비례하여 생장이 저해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약 3일에 1번 분열하며, 완전한 생장에는 50일 이상이 필요하다. (오른쪽) 주사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사르202 세균은 1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작은 크기며, 구형 또는 가운데가 파인 도넛 형태.

인하대학교는 1990년대 버뮤다 해역의 미스터리 미생물인 사르202 세균 배양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조장천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박사 임연정·강일남 교수)은 심해 미생물 군집의 최대 30%를 차지하는 사르202 세균을 배양하고 게놈 해독에 성공했다.

사르202 세균은 1990년대 버뮤다 해역에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해 실존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그동안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던 미생물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향후 해양미생물 연구 발전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닷물 1ml에는 약 100만개의 미생물이 서식하면서 탄소와 에너지의 순환을 매개해 지구 기후를 조절한다. 1990년대부터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해양 미생물의 다양성이 밝혀졌으나, 대다수 미생물은 실험실에서 배양이 되지 않아 그동안 실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사르202 세균은 약 20억년 전에 유기물을 부분 산화할 수 있는 효소의 진화로 지구의 산소 대폭발 사건을 촉진한 세균으로 알려졌지만 배양체가 없어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서해 바닷물을 채취해 배지(미생물 등의 배양을 위한 영양물)를 만들고, 미생물 세포를 주입한 후 한 달 동안 빛을 주지 않고 배양했다. 그 결과, 서해 시료에서 24개의 사르202 균주를 얻었고, 유전체 분석을 통해 전체 게놈 서열을 해독했다.

배양된 사르202 세균은 실험실에서 약 3일에 1번 분열하면서 매우 느리게 자라며, 빛에 노출되면 생장을 멈추고 죽는 것이 확인됐다. 일반적인 세균의 운동기구인 편모 대신 고균(고세균, Archaea)의 특징인 아케엘라 운동기구 유전자를 가져 고균으로부터 많은 유전자를 획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사르202 세균은 게놈에 다양한 유기물 분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푸코스, 람노스, 푸코네이트 등 다양한 유기물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생장했다. 연구팀은 이를 봤을 때 사르202 세균이 게놈에 있는 여러 종류의 물질 분해 유전자를 활용해 심해 유기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배양된 사르202 세균을 ‘빛을 싫어하는 해양세균’이라는 뜻의 ‘루시푸기모나스 마리나’라고 이름 붙였다. 사르202 세균은 생물 분류체계에서 새로운 목에 해당해 ‘루시푸기모나달레스’라는 목이 새롭게 탄생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가 담긴 ‘사르202 세균의 배양’ 논문은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최근 게재됐다.

조장천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전 세계 미생물학자들이 오랜 시간 실체를 확인하고자 했던 사르202 세균을 국내 바다에서 배양해 해양 미생물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사르202 세균에 있는 수많은 유기물 분해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추진하는 국가 생명연구자원 선진화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 연구자 사업 등 연구과제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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