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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의 습격, 전세계 경제 피해 560조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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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연안을 잠식해 피해를 주는 침입 외래종 아무르 불가사리. [사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한국 연안을 잠식해 피해를 주는 침입 외래종 아무르 불가사리. [사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 세계적으로 외래종 침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10년마다 4배씩 늘어나 4230억 달러(약 560조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역시 아무르 불가사리 등 외래종이 연안을 잠식해 양식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만7000종 이상의 외래종이 각국에 유입되고, 해마다 200여 종이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침입 외래종은 3500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침입 외래종은 토착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병원균을 퍼뜨리는 등 인간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검은 쥐의 경우 도시뿐 아니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갈라파고스섬까지 침입해 토종 쥐들을 멸종시켰다. 외래 모기 종들은 뎅기열 등 각종 전염병을 새로운 지역에 퍼뜨리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와 상호작용하면서 심각한 재난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달 하와이 산불 참사가 대표적 사례다. 기니그래스 등 가연성이 높은 외래종 식물이 유입되면서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과 맞물려 산불을 확산시키는 땔감 역할을 했다.

무역 활동이 활발한 한국도 외래종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연안을 잠식한 아무르 불가사리와 유령 멍게가 IPBES 보고서에 언급됐다. 외항선에 붙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무르 불가사리는 조개 등 어패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등 포식성이 강해 바다의 해적으로 꼽힌다. 유령 멍게 역시 왕성한 번식력으로 양식 시설에 달라붙어 피해를 준다. 육지에선 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외래종 흰개미가 마른 나무를 닥치는 대로 갉아먹어 목조 건물 저승사자로 불린다. 헬렌로이 IPBES 공동의장은 “침입 외래종 증가와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후변화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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