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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아침밥, 2학기엔 없어요"…대학도, 지자체도 돈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자율배식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자율배식하고 있다. [뉴스1]

인건비 식자재값 ‘급등’에 부담 

“인건비에 식자재값까지 오르는데 예산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교직원이 낸 후원금으로 어렵게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네요.” 학생에게 밥값으로 1000원만 받는 이른바 '천원의 아침밥' 프로젝트를 하는 강원대 관계자가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강원대는 2020년부터 시험 기간마다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했다. 학생 사이에서 호응이 좋아 올해 3월부터 학기 내내 주는 것으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현재 강원대 춘천캠퍼스에선 하루 평균 300~350명이, 삼척캠퍼스에선 100~150명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다.

올해 예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준 6000만원과 대학 회계 예산 7600만원, 발전기금 7800만원 등 총 2억1400만원이다. 이 예산으론 이번 학기까지 사업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갈수록 여건이 좋지 않다고 한다. 현재 이 대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에선 한 끼에 4000원을 받고 식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식자재값 등이 오르면서 가격 유지가 어렵다고 한다.

천원의 아침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농림축산식품부]

천원의 아침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농림축산식품부]

대학 자체 예산으로 유지 ‘불가능’ 

강원대 관계자는 “올해는 교직원이 십시일반 모아 부족한 예산을 채웠지만, 밥값이 오르면 대학 자체 예산만으론 사업 유지가 어렵다”라며 “물가가 오르면서 점점 더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원도 내에서는 강원대와 한림대·가톨릭관동대·강릉원주대 등 총 7개 대학이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대학도 대부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이 강원특별자치도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긴축 재정’을 이유로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에선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중단하는 곳도 있다. 세종대는 2학기가 시작됐지만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대는 지난 학기에 이 사업을 했었다. 세종대 관계자는 “최근에 (천원의 아침밥 관련) 추가로 참여 대학을 모집한다는 공문이 와서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며 “학생이 아쉬워하는 부분도 있어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성서대 역시 현재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일부 학교는 재정 부담을 고려해 간편식으로 바꾸거나 인원을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원대 삼척캠퍼스는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 간편식을 제공해왔다.

그동안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정부나 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다만, 국비 1000원, 학생 1000원을 뺀 나머지 비용을 대학이 부담하는 구조다 보니 메뉴 유지와 지속가능 여부가 과제였다.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이 '천원의 아침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이 '천원의 아침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 취지 공감 자치단체 지원에 나서 

최근 충청북도는 청주와 충주·괴산 등 천원의 아침밥을 시행 중인 도내 5개 대학 소재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천원의 아침밥 지원 예산 3540만원을 추경예산안에 편성했다. 여기에 내년에는 1억원을 편성해 이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도도 올해 추경을 통해 24개 대학에 9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이 조사한 ‘2023년 전국 지자체 천원의 아침밥 예산 지원 현황’에 따르면 현재 10개 자치단체에서 18억9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양대 행정학과 김태윤 교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국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이른바 '보모정책'”이라며 “천원의 아침밥을 먹는 학생들이 이런 혜택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예산으로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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