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찾은 최초 외과의가 반한 책상…80년만에 韓 돌아온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러들로 박사의 '반닫이' 책상. [사진 연세의료원]

8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러들로 박사의 '반닫이' 책상. [사진 연세의료원]

한국에서 활동한 최초의 외과의사 알프레드 어빙 러들로(1875~1961년)가 사용했던 '반닫이' 책상이 80여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연세의료원은 러들로 박사의 유족이 박사가 활동하던 당시에 사용하던 책상을 지난달 31일 연세의료원에 기증했다고 4일 밝혔다. 러들로 박사는 일제 강점기 세브란스 병원에서 활동했으며, 한국을 찾은 최초의 외과 전문의다. 1912년 한국에 들어와서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외과 의사로 활동했다. 1938년 퇴임 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러들로 박사가 사용했던 책상은 '반닫이' 목가구다. 반닫이는 앞면을 받으로 나누어 한쪽 면만 여닫도록 만든 가구다. 장이나 농보다 더 흔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목가구로, 필수 혼수용품으로 여겨졌다. 지역마다 반닫이의 장식이나 여닫는 형태가 조금씩 달랐다. 러들로 박사가 사용했던 반닫이는 화사한 문양이 특징인 경기반닫이다. 전면부에 황동으로 호리병과 꽃을 새겼고, 손잡이 부분을 박쥐 모양으로 장식했다. 하단에 서랍을 추가로 설치해서 문을 내리면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지지대를 덧댄 것이 특징이다.

러들로 박사가 애지중지했던 반닫이 책상은 박사의 퇴임과 함께 미국에 건너갔다. 러들로 박사가 사망하기 10년간 한집에 살았던 중손녀 낸시 러들로 야흐라우스 여사가 보관해왔다. 낸시 여사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미술관에 당초 책상을 기증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이 미술관의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 임수하 박사가 "반닫이를 연세의료원에 소장하는 것이 의미가 크지 않겠냐"고 낸시 여사를 설득했다.

미국인 외과 의사 알프레드 어빙 러들로(1875~1961년) 박사. [사진 연세의료원]

미국인 외과 의사 알프레드 어빙 러들로(1875~1961년) 박사. [사진 연세의료원]

연세의료원은 "유족이 기증한 반닫이는 러들로 박사가 퇴임 후 고향에 가져갔을 만큼 특별한 애착을 갖던 것"이라며 "유족과 임수아 박사, 국외소재문화재단 등의 노력으로 문화재가 고국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