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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연금개혁 절차 비효율의 극치…정부가 단일안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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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상균

김상균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에서 보험료(현행 9%)를 내년부터 매년 0.6%p 올려 12,15,18%로 올리거나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10월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한다. 연금 전문가인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단일 개혁안을 내는 게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8년 4차 재정재계산 때 제도발전위원장(현 재정계산위원장)을, 2013년 기초연금 도입 때 국민행복연금위원장을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정계산위가 18개 개혁안을 낸 걸 두고 말이 많다.
“이 위원회는 전문가 기구다. 이들의 전문성이 아무리 높아도 활용하지 않으면 썩히는 것이다. 정치가 끼어들어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조선시대 집현전이 제 역할을 한 이유는 세종대왕이 가치를 알아줬기 때문이다.”

2018년 4차 재정계산위 때는 두가지 개혁안을 냈지만,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원회 안을 무시하고 사지선다 안을 만들어 국회에 냈고, 국회는 손대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정치가 전문가를 홀대하니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재정재계산을 거듭할수록 보고서의 영향력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재정계산위는 국책연구원과 민간 전문가 각각 6명, 복지부·기재부 국장 등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좋은 모델이 있나.
“최저임금위원회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추천한 전문가, 공익위원으로 구성하되 공익위원은 100% 전문가로 구성하고 비율이 높아야 한다.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여의치 않으면 다수결로 결정하고 정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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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재정계산위원회 안-정부 안-국회 심의’로 된 3단계 절차가 문제다. 재정위가 안을 냈는데 지난 정부는 (받지 않고) 사지선다형을 국회에 냈다. 정부가 자기 책임을 회피했다. 단계가 넘어가면서 책임이 강화돼야 하는데 오히려 약해지고 전문성마저 약해진다. 시간 낭비에다 비효율의 극치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현행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재정재계산을 하도록 규정하면서 3단계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 위원회 안이 나올 때, 정부 안을 제출할 때, 국회 심의 때 혼란이 반복된다.

어떻게 바꾸면 좋은가.
“처음부터 전문가-정부-국회가 참여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위처럼 구성하되 국회 상임위원회(연금특위 또는 복지위)와 수시로 연석회의를 하면서 협의한다. 아니면 재정위원장과 상임위원장, 정부가 참여하는 별도 기구를 둬도 좋다. 초기부터 원팀이 돼서 유기적으로 움직이자는 것이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단일안을 내야 한다. 그래야 개혁다운 개혁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원칙을 강조하니 단일 대안을 낼 것으로 본다. 이번 국회가 처리하지 않더라도 내년 5월 새 국회가 바로 단일안을 두고 논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영국은 주요 국가 사안을 결정할 때 반드시 위원회가 단일안을 낸다는 원칙이 있다. 어쩌다 힘들면 다수·소수 안을 낸다”며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1998~2005년 재임)는 ‘나라가 거덜난다’며 연금개혁을 하고 장렬하게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다. 한국에는 슈뢰더 같은 강한 의지의 대통령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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