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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월급 받는 노조 전임 '타임오프'...실태조사하니 13% 위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28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28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뉴스1

고용노동부가 1000명 이상 노조를 둔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노동조합 전임자의 노조 활동에도 임금을 주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위반한 사업장을 63곳 적발했다고 밝혔다. 타임오프제를 이용해 기업에 지원을 요구하거나, 일을 안 하면서 월급을 타가는 부당한 관행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타임오프 제도를 운영 중인 회사 480곳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13.1%(63곳)의 위법ㆍ부당 사례를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해당 제도는 노사 교섭, 근로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 업무에 종사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노조는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유급 전임자를 둘 수 있다.

노조 규모가 클수록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높아져 유급 전임자 수도 늘어난다. 회사당 최대 인원은 48명, 최대 시간은 4만6800시간이다. 이번 조사에서 풀타임 면제자의 월평균 급여 총액은 112여억원(1인당 평균 637만6000원, 최고 14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법적 근로시간 면제 한도가 2만2000시간(11명분)인데, 6만3948시간(32명분)을 허용해준 회사가 있었다. 회사가 무급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일부 부담하거나 노조사무실 직원의 급여를 지급한 곳도 9곳 확인됐다. 한 지방 공기업은 조합원 수가 1만4000명으로 최대 면제 한도 인원이 32명이지만, 실제로는 315명을 타임오프 대상으로 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부는 근로시간면제 한도와 관련해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업장도 117곳(24.4%)이었다고 밝혔다. 면제자에게만 특별수당을 지급한 사업장이 37곳, 면제자에게 면제시간 차감 없이 별도의 유급 활동을 인정한 사업장이 80곳이다.

또 사측이 노조 운영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265개소(55.2%)였는데 ▶사무실 유지비 지원 152곳 ▶노조 대의원대회ㆍ워크숍 비용 지원 50곳 ▶창립기념일ㆍ체육행사 지원 47곳 ▶차량 지원 46곳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노조 위원장 대리운전비로 300여만원을 지원하고, 노조발전기금 명목으로 2억600만원을 지원한 회사도 있었다. 다만 고용부는 그 목적과 경위, 원조된 운영비 횟수와 시간, 원조 방법 등을 고려해 위법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공 부문을 포함해 법 위반 의심 사업장 약 200곳을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상시 점검ㆍ감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 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인정하거나 노조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의 행위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라며 “정부는  현장의 불법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노사 법치를 확립하고,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원칙에 따르면 근로시간면제 제도나 노조 전임 활동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지, 정부의 개입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편향적인 질문에 애초 객관적 실태를 확인할 수 없는 조사 문항으로 근로시간면제 한도 운영의 위법성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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