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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1개월 연속 감소에도…수입 더줄어 석달째 '불황형 흑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무역수지가 8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 모습이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이어갔다. 다만 전달보다는 감소 폭이 줄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8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수입액은 510억 달러로 같은 기간 22.8%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지난달 무역수지는 흑자를 유지했다. 지난 6월 무역수지(11억3000만 달러)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선 뒤 석 달째 ‘플러스(+)’를 찍은 것이다. 3개월 이상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한 건 2020년 5월~2021년 11월까지 이어진 19개월 연속 흑자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 전월 대비 증가…추경호, "바닥 확인"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속을 들여다보면 웃을 수만은 없다. 하반기 반등을 기대했던 수출이 여전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액(518억7000만 달러)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4%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다.

감소 요인으로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부진 지속과 석유제품·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단가 하락이 꼽혔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수출이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다만 지난달 수출 감소율은 한 자릿수로 둔화하면서 전월(-16.4%)보다 개선됐다.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에선 자동차(29%), 자동차 부품(6%), 일반 기계(8%), 선박(35%), 디스플레이(4%), 가전(12%) 등 6개 품목에서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역대 8월 실적 중 최고 수준으로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의 ‘1위 수출품’ 반도체(-21%)를 비롯해 석유제품(-35%), 석유화학(-12%), 철강(-11%) 등은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13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하락 행진을 이어갔지만, 전월 대비로는 15% 증가했다. 이에 지난 1분기 저점 이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도체 수출 상황에 대해 “대체로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9, 10월에 가면서 반도체 매출 증가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내년엔 더 강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란 게 전문기관들의 대체적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주요 지역별 수출 실적을 보면 대(對) 미국(2%), 유럽연합(3%), 중동(7%)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에선 자동차와 일반기계 수출이 대폭 증가했다. 중국과 아세안(ASEAN) 수출은 각각 20%, 11% 감소했다. 산업부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대세계 수출 부진이 중간재 수입 감소로 이어진 여파가 작용했다”라고 분석했다.

수입의 경우 유가 하락에 따라 원유(-40%), 가스(-46%), 석탄(-42%) 등 에너지 수입이 42% 감소한 영향이 컸다. 비에너지 수입도 15.3% 줄었다.

답변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9.1   ha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답변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9.1 ha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부, “4분기 중 수출 플러스 기록할 때 있을 것”

청와대와 정부는 향후 수출이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 수출이 마이너스지만 감소 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개선 흐름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자동차나 선박 등 우리 수출을 이끌어 온 주력 품목이 호조세를 보이고 반도체 업황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만큼 4분기에 월별 수출 실적 중 플러스를 기록하는 때가 있을 것”이라며 “무역수지 측면에서는 9월 이후 흑자 기조가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세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품목 중 자동차는 계속 호조를 보였던 품목이고 그 외에는 내세울 만한 품목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망한 ‘하반기 수출 플러스 전환’ 가능성에 대해선 “지난해 4분기 수출 실적이 워낙 안 좋아서 그 기저효과로 일시적인 플러스 전환 가능성은 있다”라며 “하지만 실제 시장이 회복된 게 아니라서 다시 마이너스로 갈 수 있다”라고 짚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되더라도 질적으로 수출 추세가 반전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반기 위험 요인으로 유가 상승 가능성과 중국 부동산발 경기 침체를 꼽으며 “연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된 부분이 있다.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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