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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투자 다 꺾였다, 수출 출하 감소는 36년만에 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하반기 들어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최근 반등 움직임을 보였던 경제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하락했다. ‘트리플 하락’을 기록한 건 올해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폭우·폭염과 같은 계절적 요인을 비롯해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한 제조업 재고율 증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7월 전산업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 계절조정)는 109.8(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하락했다. 산업생산은 지난 4월(-1.3%) 감소한 이후 5월(0.7%)과 6월(0.0%) 증가 또는 제자리걸음을 보이다가 석 달 만에 감소했다. 서비스업(0.4%)과 건설업(0.8%)에서 생산이 늘었지만, 지난 5~6월 조기 집행으로 증가했던 공공행정이 7월에 6.5%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도 2% 감소했다. 주력 품목인 전자부품(-11.2%)과 기계장비(-7.1%), 반도체(-2.3%) 등이 일제히 내리막을 걸었다. 통계청은 전자부품의 경우 정보기술(IT)용 액정표시장치(LCD)와 LCD 편광필름 등의 생산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은 감산 영향으로 지난 2월(-15.5%) 이후 5개월 만에 2.3% 감소했다.

제조업 출하 가운데 내수 출하는 2.4%, 수출 출하는 14.5% 감소했다. 수출 출하의 경우 1987년 8월(-15%) 이후 35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수출이 6월보다 7월에 부진했다”고 말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전산업생산이 3개월 만에 감소했으나 월별 변동성이 큰 공공행정을 제외하면 산업생산은 보합 수준으로, 회복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2% 감소하며 2020년 7월(-4.6%) 이후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승용차와 같은 내구재(-5.1%)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1%), 의복 등 준내구재(-3.6%)에서 모두 하락했다.

7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나 기계류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 대비 8.9% 감소했다. 2012년 3월(-12.6%) 이후 11년4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특히 법인의 자동차 구매 실적이 설비투자로 잡히는데,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22.4% 줄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99.6으로 2개월째 하락했다. 다만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올라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트리플 감소’ 결과에 기재부는 “지난달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감소 등은 기상 악화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변동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7월 한 달만 놓고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계속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신호들이 오고 있다”며 “경기가 상승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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