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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오지말라"던 하와이, 생계 끊기자 "이젠 돌아오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현지시간) 하와이 마우이 섬 키헤이에 있는 카마올레 해변 공원에서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하와이 마우이 섬 키헤이에 있는 카마올레 해변 공원에서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 AP=연합뉴스

대형 화재 참사가 벌어진 하와이 마우이섬의 주민들이 "관광객이 끊겨 생계가 곤란하다"며 다시 섬을 찾아줄 것을 호소했다.

미 공영라디오 NPR과 CBS 방송 등이 30일(현지시간) 전한 내용에 따르면 마우이섬의 와일루쿠에서 지역 방송을 하는 DJ 포레스트는 최근 섬 외부 청취자를 대상으로 하는 스트리밍 쇼에서 "마우이를 도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여기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우이 경제는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지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재 피해지역인 라하이나의 끔찍하고 비극적인 모습이 뉴스에 많이 나왔지만, 섬의 나머지 아름다운 지역은 불에 타지 않았고 계속 개방돼 있다"고 덧붙였다.

NPR은 "이런 호소는 섬 내의 전반적인 여론을 대변하고 있으며, 지역 사업체와 자영업자들, 관광 당국은 섬의 나머지 75% 지역에 관광객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발생한 산불로 라하이나의 유서 깊은 와이올라 교회 등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8일 발생한 산불로 라하이나의 유서 깊은 와이올라 교회 등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 AP=연합뉴스

마우이섬에선 지난 8일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사망자 115명이 발생했다. 수백명은 실종 상태다.

화재 직후 일부 주민들은 BBC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사 이후에도 일부 관광객들이 평소처럼 휴가를 즐기는 모습에 참담하다. 당분간 관광 목적의 방문은 자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여기 주민들은 수영·스노클링·서핑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비극 속에서 재미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주민들이 살아가는 곳과 그들(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 두 개의 하와이가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마우이섬 주민들은 다시 관광객들이 발걸음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라하이나 주변 리조트 밀집 지역에서 휴가용 임대 숙소를 운영하는 스네 파텔은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닥친 것 같다"며 "아무도 돈을 벌지 못하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관광업은 마우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관광객들이 마우이에서 지출한 금액은 총 55억 달러(약 7조2710억원) 규모다. 연간 평균 방문객은 300만명에 달한다.

하와이주 당국은 화재 이후 마우이섬을 방문한 관광객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그 수가 기껏해야 수천 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와이 관광청은 산불이 발생한 지난 8일 이후 라하이나를 포함한 웨스트 마우이 지역의 경제활동 손실이 하루 100만 달러(약 13억2000만원)가 넘고, 주 전체로는 손실 규모가 하루 900만 달러(약 1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NPR은 전했다.

다만 주민들과 당국은 완전히 잿더미가 된 라하이나 지역에는 접근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라하이나의 숙박업주 파텔은 "관광객들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방문해야 전체적인 메시지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 현장에서 멈추지 말고 곧바로 예약한 리조트로 가서 리조트 바로 옆에 있는 해변 주변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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