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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기 개학때 더 위험하다…스쿨존 사고, 저학년이 63%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 안전이 생명이다 ③] 줄여야 할 어린이 사고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스쿨존에서 버스가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교통사고 현장에 추모의 마음을 담은 조화와 편지가 놓여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스쿨존에서 버스가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교통사고 현장에 추모의 마음을 담은 조화와 편지가 놓여 있다. 뉴스1

 새 학년을 맞는 3월보다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어린이 교통사고가 50% 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자는 10명 중 6명이 저학년이었다.

 3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최근 3년간(2020~2022년)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3월에 일어난 사고는 모두 1542건으로 3명이 숨지고, 1958명이 다쳤다.

 반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8월과 9월에 발생한 사고는 각각 2412건과 2380건으로 3월보다 56.4%와 54.3%씩 증가했다. 사망자도 8월은 5명, 9월은 4명이었고 부상자는 각각 3073명과 2938명이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어린이 안전캠페인 등 여러 정부기관과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안전사업이 3월에 주로 집중돼 진행되다가 시간이 갈수록 집중도와 열기가 떨어지는 현상이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어린이 교통사고는 등교 때보다 하교 시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생들이 대부분 학교를 마치는 시간인 오후 2~6시 사이에 발생한 사고가 전체(2만 6452건)의 42.1%를 차지했다. 학원을 오가는 시간대인 오후 6~8시에도 사고가 4200건을 넘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특히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살펴보면 저학년인 1~3학년이 주로 사고를 많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63%에 달한다. 사고가 발생할 당시 상황별로는 ‘횡단 중’이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10건 중 7건은 길을 건너다가 일어났다는 의미다.

스쿨존 사고, 74%가 횡단 중 발생  

 이 가운데 횡단보도 내 통행이 71.3%였고 나머지는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다 발생했다. ▶차량을 마주 보거나 등지고 차도 통행(5.1%) ▶길 가장자리 구역으로 통행(3.0%) ▶보도 통행(2.6%)이 뒤를 이었다.

 스쿨존 교통사고를 법규위반 유형별로 따지면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이 전체의 34.7%로 가장 많았고, ‘보행자보호의무 위반’(30.1%)이 뒤를 이었다. ‘신호 위반’은 17.6%였다.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서울시, 경찰 관계자 등이 학교 개학을 맞아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한 안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서울시, 경찰 관계자 등이 학교 개학을 맞아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한 안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단 모빌리티정책연구처의 신우진 선임연구원은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며 “학부모 중에는 자신의 자녀 안전에는 상당히 민감해하면서도 다른 아이들의 안전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신 선임연구원은 또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스쿨존 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없어도 차량은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는 운전자가 거의 없고, 오히려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면 뒷차가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국민 안전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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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단에서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 학교 등과 공동으로 통학로 교통안전점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학로의 안전상태를 살펴보고 시설개선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운전자의 시야가 제한되는 걸 줄이기 위해 사각지대에 반사경을 설치하거나, 차로폭을 줄여 과속 및 불법 주정차를 예방하고,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횡단보도 전후에 시선유도봉을 세우는 사업 등이 포함된다.

어린이 통학버스 안심정류장이 설치된 모습.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어린이 통학버스 안심정류장이 설치된 모습.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공단은 또 도로교통공단, SK가스 등과 합동으로 지난 2021년부터 주요 아파트 단지에 어린이 통학버스 정류장 설치 사업도 벌이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통학버스 승하차 지점을 한 곳으로 모으고, 각종 안전표지와 시설 등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2021년 5곳, 2022년 10곳에 이어 올해도 6월까지 전국 13곳에 조성했다.

 공단 경기북부본부 안전관리처의 민우근 연구원은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기존에 4곳에서 통학버스 승하차가 이뤄졌지만, 새로 통합정류장을 설치한 후에는 시인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차대 사람 간 간섭도 줄어들어 안전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어린이 교통사고는 최대한 예방해야 하지만 불가피하게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린이용 카시트 장착 같은 사전 안전조치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50조에는 6세 이만의 영유아는 카시트 같은 유아보호용 장구를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카시트 대신 안전띠...목 중상 우려  

 그러나 지난해 공단이 조사했더니 도시부 도로의 카시트 착용률은 56.4%에 불과했고, 미착용자 중 25.4%는 카시트를 갖고 있는 데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어린이 카시트를 왜 장착해야만 하는지는 공단이 2020년 실시한 사고 모의시험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6세 어린이를 가정해 무게 23㎏, 앉은키 63.5㎝의 인체 더미를 이용했으며, 중형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히고 시속 48㎞의 속도로 정면충돌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이에 따르면 카시트에 앉지 않고 성인용 안전띠(3점식)를 착용한 상태에선 복합 상해 가능성이 49.7%로 어린이용 카시트를 정상적으로 사용한 경우(29.5%)보다 20.2%p나 높았다.

 특히 충돌과 동시에 어깨 안전띠가 어린이의 목과 마찰을 일으켜 불완전 척수 증후군 등 목에 중상을 입힐 가능성도 38.8%나 됐다. 카시트 사용 때는 19.0%였다. 또 카시트를 쓰더라도 안전띠를 팔 아래쪽으로 잘못 착용하면 사고 때 앞 좌석 등에 부딪혀 배와 목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용복 공단 이사장은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미래자산이기 때문에 교통사고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크다”며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 그리고 가정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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