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 방 빼라 한 공무원 누구냐"…'KCC 부산 이전' 전주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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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KBL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KBL은 전주 KCC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KBL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KBL은 전주 KCC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연합뉴스]

KBL "KCC 연고지 부산 이전 승인" 

전북 전주시가 발칵 뒤집혔다. '전주 KCC 이지스' 프로농구단이 30일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긴다고 발표하면서다. 전주시는 "졸속이고 일방적 이전"이라고 발끈했지만, 이미 네이버에 올라온 구단 정보는 '부산 KCC 이지스'로 바뀌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여파로 내년 새만금 관련 정부 예산이 5000억원 이상 깎인 전북에 악재가 잇따르는 모양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KCC가 최근 '전주시가 체육관 건립 약속을 7년째 지키지 않았다'며 홀대와 신뢰 문제 등을 들어 연고지 이전 검토를 밝혀 왔다"며 KCC 부산 이전을 승인했다. 2001년 현대 걸리버스 프로농구단을 인수한 뒤 연고지를 대전에서 전주로 바꿨던 KCC는 22년 만에 전북을 떠나게 됐다.

프로농구 전주 KCC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다. KBL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전주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사진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최형길 KCC 단장. [연합뉴스]

프로농구 전주 KCC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다. KBL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전주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사진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최형길 KCC 단장. [연합뉴스]

호남 프로농구단 0개…전북엔 현대 축구팀만 

KCC 최형길 단장은 "전주와 여러 문제로 시끄러웠다"며 "원만히 수습하기 위해 인내하고 기다렸으나 더 참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연고지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22년간 응원해 주신 전주 팬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KCC가 부산으로 새 둥지를 옮기면서 전북을 연고지로 둔 프로팀은 프로축구단인 '전북 현대 모터스'만 남았다. 아울러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호남 팀은 없어지게 됐다. 현재 수도권에 SK·삼성(이상 서울), 소노(경기도 고양), 인삼공사(경기도 안양), KT(경기도 수원), 강원도에 DB(강원도 원주), 영남에 LG(경남 창원), 한국가스공사(대구), 현대모비스(울산)에 이어 KCC(부산)가 합류했다.

최준용이 지난 5월 2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전주 KCC 입단 기자회견에서 허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준용이 지난 5월 2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전주 KCC 입단 기자회견에서 허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전주시 "전주시민과 농구 팬 우롱" 

이에 대해 전주시는 성명을 내고 "시민과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다"면서도 "전주시민과 농구 팬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비난했다. 전주시는 "KCC는 언론을 통해 이전설을 흘리고 KBL 이사회에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한 보름 동안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며 "전주시가 면담을 요청해도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1년 부산에서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긴 KT 사례를 들었다. "KT는 당시 부산시와 3개월간 협상하다 결렬된 뒤에야 이전을 결정했지만, KCC는 연고지 이전과 관련한 일언반구 없이 군사 작전하듯이 이전 안건을 상정했다"는 게 전주시 주장이다.

그동안 KCC 연고지 이전설은 끊이지 않았다. 홈구장으로 쓰는 전주실내체육관(1973년 완공)이 너무 낡은 탓이다. KCC는 2015년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기려고 했다. 당시 전주시는 "2023년 12월까지 새 체육관을 지어주겠다"며 KCC를 붙잡았다.

프로농구 KCC 이지스가 30일 오전 전북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다고 발표한 뒤 네이버에 소개된 구단 정보가 '부산 KCC 이지스'로 바뀌었다. [네이버 화면 캡처]

프로농구 KCC 이지스가 30일 오전 전북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다고 발표한 뒤 네이버에 소개된 구단 정보가 '부산 KCC 이지스'로 바뀌었다. [네이버 화면 캡처]

2001년 대전→전주…연고지 이전설 반복

그러나 지난달 또다시 이전설이 불거졌다. KCC가 전주시로부터 오는 2026년에야 신축 체육관이 완공된다는 통보를 받으면서다. 게다가 전주실내체육관이 전북대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 사업' 부지에 포함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북대가 KCC 측에 "2025년까지 체육관을 비워 달라"고 하자 농구계 안팎에선 "1년가량 홈구장 없이 경기해야 하는 KCC가 떠나려 한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논란이 일자 전주시는 지난 22일 "전주실내체육관 철거 시기가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며 "장동 월드컵경기장 일원에 조성하는 복합스포츠타운에 건립할 새로운 (KCC) 홈구장도 2026년까지 차질 없이 완공할 계획"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육상경기장·야구장 등이 들어서는 스포츠타운 건립비는 총 1421억원이다. 전주시는 "그동안 시장이 바뀌면서 행정 절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체육관을 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달 5일 전북 전주시 전주혁신창업허브 첨단누리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달 5일 전북 전주시 전주혁신창업허브 첨단누리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방 빼라고 한 공무원 누구냐" 전주시 책임론 

이날 전주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KCC에 방 빼라고 한 공무원이 누군지 끝까지 추적할 거다" "진짜 무능함을 보여준 치욕적인 날" "전주시 역겹다" "다시는 당신(우범기 전주시장) 안 뽑는다" 등 비판과 조롱 글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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