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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억 클럽마약 뒤엔 '떴다방'식 수법…19개월 만에 빈틈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와 인천공항본부세관조사국은 30일 인천지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향정 혐의로 A씨(30) 등 2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뉴스1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와 인천공항본부세관조사국은 30일 인천지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향정 혐의로 A씨(30) 등 2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뉴스1

“최소 1억원은 남는 장사다.”
마약밀수 혐의로 검찰에 적발된 A씨(30)는 2021년쯤 클럽 등에서 일하며 친분을 쌓은 지인들에게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마약밀수 조직을 만들어 태국에서 케타민을 들여오자고 제안이었다. 당시 태국에선 3500만원이면 케타민 1㎏을 구할 수 있었다. A씨는 체류비와 모집책에 떼어주는 금액을 제하면 케타민을 국내에 들여올 때마다 건마다 최소 1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인들을 꼬드겼다. 케타민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필로폰, 코카인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A씨의 제안에 강남권 클럽에서  MD(영업 매니저)로 일하던 B씨(27) 등이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마약밀수조직이 꾸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마약을 투약한 전력이 있었다.

A씨 등이 이렇게 꾸린 조직은 일반적인 마약 밀수조직과 달랐다. 밀수·유통 때마다 단발성으로 조직원을 구했고 공범이 적발되면 새로 조직을 만들어서 범행하는 이른바 ‘떴다방’식 수법을 동원했다. 총책을 중심으로 밀수업자, 전달책 등 피라미드식 구조로 구성된 기존 마약밀수조직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이들은 자금책·모집책·운반책으로 역할을 나눈 뒤 2021년 12월부터 태국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약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B씨가 운반책으로 활동하면서 비닐랩으로 포장한 마약을 속옷에 숨기는 등 ‘바디패커’ 수법으로 케타민을 들여오면 A씨 등은 밀반입한 케타민을 100g 단위로 서울 강남의 클럽 MD 등에게 판매했다. MD 등은 이를 다시 잘게 쪼개서 클럽 방문객들에게 판매해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단발성으로 조직을 운영했던 A씨는 다른 마약밀수조직 자금책 C씨(32) 등을 알게 된 뒤 밀수규모를 더 키웠다. 동원할 수 있는 공범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18개월간 케타민 약 1만7200g(시가 43억원 상당)을 국내에 들여왔다. 34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이중 약 10㎏이 클럽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수사기관은 추정한다.

태국에서 동물용 마취제의 일종으로 최근 '클럽 마약'으로 알려진 케타민 43억치를 밀수한 일당이 무더기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와 인천공항본부세관조사국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30) 등 25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류. 뉴스1

태국에서 동물용 마취제의 일종으로 최근 '클럽 마약'으로 알려진 케타민 43억치를 밀수한 일당이 무더기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와 인천공항본부세관조사국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30) 등 25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류. 뉴스1

이들의 범행은 올해 초 인천지검과 인천공항본부세관이 ‘정보분석’을 토대로 수사망을 좁혀가면서 결국 덜미를 잡혔다. 기존 마약밀수조직 사건을 분석해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마약밀수 의심자 명단을 추출해 공범 등을 추려내는 방식이다. 검찰과 세관이 기존에 적발된 마약밀수 사건을 분석한 결과 운반책으로 활동한 이들에겐 나잇대·성별·체류 형태 등에서 일정한 패턴이 포착됐다고 한다. 또 이들은 대부분 지인 관계인 경우가 많았다. “벼룩시장 공고가 아니라 타고 가면 서로 다 아는 사이였다”(수사 관계자)는 것이다.

당국은 이를 기초로 마약밀수 의심자 명단을 만들었고 그 결과 A씨 등이 속한 조직 내 공범을 최대한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세관 관계자는 “범행 대비 우려가 있어 구체적인 수사기법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정보분석 덕분에 사전에 마약 밀수 공범 후보군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산하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연실)은 마약범 가중처벌을 규정한 특정범죄가중법에 따라 A씨 등 25명을 구속기소 하고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A씨 등은 단기간에 클럽 마약 유통 시장을 장악해 수익을 나눈 뒤 흩어지는 비정형이고 산발적인 단기형 밀수 유통조직을 꾸렸다”며 “앞으로도 세관과 협업해 동종·유사수법의 마약밀수까지 차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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