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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준비 부족" "서울시 돔구장 탓"…첫삽도 못 뜬 잠실 MIC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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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잠실주경기장이 29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사진은 리모델링 이후 투시도. [사진 서울시]

잠실주경기장이 29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사진은 리모델링 이후 투시도.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하지만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공간 조성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이에 서울시와 민간 투자 기업이 갈등하는 양상이다.

서울시는 29일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으며 2026년 12월 준공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가 시행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한다.

리모델링 목표는 경기장 기능 강화다. 상부 3만여개 관람석과 육상 트랙을 전면 교체하고, 장애인용 358석을 추가 설치한다. 다만 외관은 원형을 유지한다. 88서울올림픽 개최지였던 잠실 주경기장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 시작한 서울시

리모델링을 시작한 잠실주경기장 조감도. [사진 서울시]

리모델링을 시작한 잠실주경기장 조감도. [사진 서울시]

반면 잠실주경기장에서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사이에 들어설 예정인 잠실 스포츠·마이스 사업은 진전이 없다. 서울시는 35만7576㎡ 부지를 스포츠·전시·문화·비즈니스·관광 복합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2021년 한화컨소시엄을 우선 협상사업자로 선정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연내 착공해야 했지만,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주무 관청과 민간 투자 기업이 사업 시행 조건 등을 계약하는 ‘실시협약’이 2024년으로 미뤄지면서, 2024년 착공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확답은 어렵지만 되도록 2025년 착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무역협회컨소시엄이 2016년부터 사업 제안을 준비했는데 한화컨소시엄은 뒤늦게 뛰어들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23 프로야구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연합뉴스]

2023 프로야구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연합뉴스]

하지만 한화 측은 서울시가 제안한 돔구장이 발목을 잡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해 공식적으로 반박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서울시는 현재 2만5000여석인 잠실야구장을 3만5000여석 규모 돔구장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잠실 마이스 사업에 포함해 추진 중이다. 문제는 돈이다. 한화그룹 컨소시엄 측은 애초 돔구장이 아닌 개방형 야구장을 조성하는 비용으로 1600억원을 제안했다. 하지만 서울시 요구대로 돔구장으로 변경하려면 4000억원이 필요하다.

공사 기간 3년 동안 대체 구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현재 10개 프로야구팀 중 LG트윈스·두산베어스 등이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주민 민원도 걸림돌이다.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잠실야구장은 소음 등으로 인해 한강 변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현재 야구장에 짓기로 했다. 그러자 인근 아시아선수촌·우성아파트 등 잠실7동 일부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한화 준비 부족”…“서울시 돔구장이 발목”

민간 기업 컨소시엄이 서울시에 제안한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감도. [사진 서울시]

민간 기업 컨소시엄이 서울시에 제안한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감도. [사진 서울시]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 마이스 프로젝트는 전무후무할 정도로 복잡한 방식으로 추진하는 개발 사업”이라며 예정대로 추진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컨벤션센터를 방문하면서 이런 우려가 확산했다. 이곳은 잠실마이스 프로젝트처럼 LA시청이 대대적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LA 컨벤션센터 건물들(사우스홀·웨스트홀)을 연결해 전시공간을 확장하고 상업시설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한화컨소시엄에 참여한 파퓰러스가 설계했다.

LA시청은 LA 컨벤션센터 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안슈츠 엔터테인먼트그룹과 2018년부터 사업 계획을 협상 중이지만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LA 컨벤션센터 재개발은 컨벤션센터와 호텔만 짓지만, 잠실 마이스 사업은 야구장·스포츠콤플렉스·업무시설·상업시설·숙박시설까지 복합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라며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주민 불만도 쌓인다. 잠실 스포츠·마이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울시가 2020년부터 잠실동 일대(5.2㎢)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서다. 이성배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송파4)은 “잠실 마이스 사업은 현재 첫 삽도 뜨지 못한 허울뿐인 사업인데 이를 근거로 3년 가까이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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