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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자녀 없어도 돼” 46→54% “이혼 안돼” 39→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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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비혼 직장인 허모(35)씨가 최근 즐겨본 TV 프로그램은 이혼을 겪은 가족의 재회를 다룬 ‘우리 이혼했어요’와 ‘돌싱(돌아온 싱글)’의 연예를 다룬 ‘돌싱글즈’다. 낯간지럽고 비현실적인 연예 프로그램보다 이혼 후일담, 주변에 늘어난 돌싱의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서다. 허씨는 “딱히 결혼할 생각도 없지만, 결혼한 뒤 서로 맞지 않으면 이혼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유만 있다면 이혼도 할 수 있다”는 청년층 비중이 10년 새 “이혼만큼은 안 된다”는 비중을 앞질렀다. 동거는 긍정적으로, 결혼·출산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도 늘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좇는 경향은 강해졌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결혼·출산·노동 등 이슈와 관련한 최근 10년간 가치관의 변화를 추적했다. 일명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의식 변화를 들여다본 셈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은 이혼·동거에 대해 과거보다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이유가 있다면 이혼도 할 수 있다”고 답한 비중이 2012년 13.1%에서 지난해 24.1%로 늘었다. 반면 “이유가 있더라도 이혼만큼은 안 된다”고 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38.5%→14.9%로 줄었다. 2018년부터 두 답변에 대한 비중이 역전했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동거할 수 있다”고 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61.8%→80.9%로 늘었다.

반면 결혼·출산에는 마음을 닫았다.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56.5%→36.4%로 줄었다. 전체 연령 평균(50%) 대비 13.6%포인트 낮다.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 없다”는 응답은 2018년 46.4%에서 지난해 53.5%로 늘었다. 결혼을 통해 자녀를 낳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을 고려할 때 저출산을 가속할 수 있는 요인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워라밸’을 챙기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일과 가정생활에 대한 설문에 대해 “일이 우선”이라고 답한 비중은 2011년 59.7%에서 2021년 33.7%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과 가정의 균형이 우선”이라고 답한 비중은 29.1%→45.4%로 늘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두 답변에 대한 비중이 역전했다.

청년이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2021년 기준 수입(35.8%), 안정성(22.1%), 적성·흥미(19.1%), 근무환경(9.8%) 순이었다.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중이 10년 새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특히 19~24세 청년은 25~34세 청년과 달리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흥미(24.2%)를 안정성(19.9%)보다 중요하다고 꼽았다. 선호하는 직장은 같은 기간 국가기관(27.7%), 대기업(19.6%), 공기업(19.3%)→공기업(23.2%), 국가기관(20.8%), 대기업(20.2%) 순으로 바뀌었다.

피트니스 인구가 늘고 ‘바디 프로필’ 촬영이 인기를 끄는 등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 때문일까. 스스로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비중이 2012년 59.1%에서 2022년 71.2%로 늘었다. 반면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76.9%→63.6%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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