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두순 역설…안산 그 동네, 범죄신고 17% 줄어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오전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거주하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한 다가구주택. 조두순 주거지 바로 앞에 안산단원경찰서 특별치안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와동파출소 경찰관 2명이 1개조로 24시간 주변을 지키고 있다. 손성배 기자

28일 오전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거주하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한 다가구주택. 조두순 주거지 바로 앞에 안산단원경찰서 특별치안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와동파출소 경찰관 2명이 1개조로 24시간 주변을 지키고 있다. 손성배 기자

“(조두순)집 주변을 경찰관들이 24시간 지키고 순찰차도 때때로 왔다 갔다 하니까 안정감을 느낍니다. 동네도 더 조용해졌고요. ‘조두순 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71)이 거주하는 안산의 한 다가구주택과 100m 떨어진 곳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김모(32)씨의 말이다. 28일 만난 김씨는 순찰차 쪽을 가리키며 “그 사람(조두순) 출소 직후엔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고 지키는 경찰관들도 많아서 시끄러웠지만, 한 2~3주 지난 뒤부터 지금까지 조용했다. 매일 편의점을 지키는 나도 조두순을 동네에서 한 번도 못 봤다”고 했다.

주민 홍모(43·건설 노동자)씨는 “처음엔 시끄러워서 이사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다른 동네보다 경찰이 더 자주 들여다본다고 소문이 나 빈집도 없다”고 말했다. 조두순 집 앞을 지키는 안산단원경찰서 와동파출소 순찰차와 부스 형태의 특별치안센터가 자리를 잡으며, 오히려 동네가 더 안전해진 것 같다는 ‘조두순의 역설’을 체감 중이란 설명이다.

경찰 설명도 비슷하다. 경기남부경찰청 생활안전과는 조두순이 만기 출소한 지난 2020년 12월12일을 기점으로 2021년 범죄 신고 건수를 비교한 결과 조두순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안산 단원경찰서의 범죄 신고 건수가 1만5173건(2020년)에서 1만2614건(2021년)으로 16.9% 감소했다고 밝혔다.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발생 신고는 20.8%(5144건→4074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남부청 전체 범죄 신고건수가 9.2%(30만1414건→273만545건), 안산시 전체 신고건수가 11.7%(2만6412건→2만3321건) 감소한 데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경찰은 재범 우려 범죄자 감시·관리를 위해 인력을 배치하고 방범 시설물을 확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실제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경찰은 주·야간 6명씩 2인 1조로 경찰기동대 1개 제대를 투입하고, 주거지 주변에 폐쇄회로(CC)TV 10개소 21대를 추가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안산시도 시민안전지킴이 초소를 설치, 청원경찰 9명(3인 1조)이 24시간 근무 중이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거주하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한 주거밀집지역에 안산시 시민안전지킴이 초소가 설치돼있다. 안산시는 청원경찰 9명을 3인 1조로 24시간 투입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거주하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한 주거밀집지역에 안산시 시민안전지킴이 초소가 설치돼있다. 안산시는 청원경찰 9명을 3인 1조로 24시간 투입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다만 경찰력 만으로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뚜렷한 만큼, 지자체와의 추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경기남부청과 안산시는 이날 오후 2시 안산시청에서 이상동기 범죄 사전예방 및 사후 범죄피해자를 위한 치료·지원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눈에 보이는 순찰이 ‘조두순의 역설’을 통해 일부 확인이 된 만큼, 자율방법대·해병대전우회 등 민간에서 진행 중인 야간순찰 활동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리는 방안 등의 논의됐다. 이밖에 ▶지자체 관제센터와 경찰 112 상황실 간 CCTV 영상 실시간 공유 ▶지능형 CCTV 확충 등 방안도 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안산시와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공동체 치안을 활성화하고, 전국 최초 협업 표준화 모델을 성공시켜 도내 전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원만하고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민근 안산시장도 “경찰뿐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자율방범대와 아동 범죄 예방에 특화된 로보캅순찰대 등 민·관·경이 공동 대응해 강력범죄를 원천 차단하는 안산형 시민안전모델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연수 동국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일반 시민이 생각하기에 경찰이 눈에 많이 보이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 동네에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 범죄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에너지를 투입한 모델이 실제 범죄 발생 기회를 차단하는지 면밀한 데이터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