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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하는 美 대선 제3후보론…중도단체 “내년 4월 초당적 후보 뽑겠다”

중앙일보

입력

2024년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중도 성향 정치 단체 ‘노 레이블스’(No Labels)가 내년 4월 제3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2020년 대선 때 맞붙은 도널트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 AFP=연합뉴스

2024년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중도 성향 정치 단체 ‘노 레이블스’(No Labels)가 내년 4월 제3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2020년 대선 때 맞붙은 도널트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 AFP=연합뉴스

내년 미국 대선 향배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제3 후보 출마론이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중도 성향 정치단체인 ‘노 레이블스’(No Labels)가 내년 4월 대선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차기 대선 후보로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각각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뚜렷한 양강 구도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두 전·현직 대통령에 실망한 중간지대 유권자 표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노 레이블스 공동 대표인 조 리버먼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년 4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초당적인 후보를 지명하는 행사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합주를 대상으로 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제3 후보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했다”며 “제3 후보에 진정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3 무소속 후보 투표 고려’ 63% 

노 레이블스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애리조나ㆍ플로리다ㆍ조지아ㆍ미시간ㆍ네바다ㆍ노스캐롤라이나ㆍ펜실베이니아ㆍ위스콘신 등 대표적인 경합주 8곳 유권자 94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선이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이 될 경우 무소속 후보 투표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자가 6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 때 나온 응답률 59%보다 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또 바이든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를 원치 않는다는 답변이 각각 72%, 63%로 꽤 높았다. 리버먼 전 상원의원은 “우리는 제3 후보에 진정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레이블스가 주목하는 제3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제3 후보 출마 가능성 관련 질문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이면서 당에 쓴소리를 해 오며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 온 그는 “민주당 탈당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공화당에서는 한국계 유미 호건의 남편으로 ‘한국 사위’로 알려진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등이 제3 후보군 중 하나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제3 후보 출마시 ‘바이든에 불리’ 전망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양분된 구도에서 중도 성향 제3 후보가 실제 출마한다면 고정 지지층이 탄탄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민주당 성향 표를 잠식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머슨대가 지난 1~2일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주 유권자 1121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해당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4%로 동률을 기록했지만, 진보적 성향의 흑인 사회운동가 코넬 웨스트를 녹색당 후보로 추가할 경우 트럼프(43%)가 바이든(41%)을 오차범위(±2.9%포인트) 이내긴 하지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트는 4%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6년 대선 당시 그는 주요 격전지 3곳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는데 두 후보 간 표차보다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가 더 많은 표를 가져가면서 민주당 표를 분산시켰던 사례를 연상시킨다.

공화당 내 ‘트럼프 때리기’ 가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 머그샷 촬영 이후 이틀 만에 700만 달러(약 91억 원)가 넘는 후원금을 모으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당내에선 ‘트럼프 때리기’가 조금씩 확산되는 분위기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중 하나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27일 A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4년 더 집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도 MS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절대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만일 지금 트럼프를 찍는다면 카멀라 해리스(부통령)에게까지 권력을 내어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CBS 방송에 나와 트럼프의 2020년 대선 조작론에 대해 “선거 결과가 실망스럽긴 하지만 헌법상 각 주에서 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법원이 재검표를 마치면 부통령의 의무는 이를 추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정한 자신의 선택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대선 사기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지난 23일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첫 토론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21세기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던 기업가 출신의 비벡 라마스와미는 “내가 트럼프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9월 하원 개회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 탄핵조사 필요성을 다시 거론하며 ‘바이든 때리기’에 집중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 탄핵조사 계획과 관련된 질문에 “지금까지 수집한 모든 정보를 살펴보면 탄핵조사(impeachment inquiry)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다음 수순”이라고 말했다.

탄핵조사는 탄핵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조사다. 2019년 트럼프 정부 당시 하원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이유로 트럼프 탄핵소추안 의결 전에 탄핵조사 결의안을 먼저 처리한 바 있다. 다만 현재 하원은 공화당 다수인 반면 상원은 민주당 다수여서 탄핵안이 상정되더라도 실제 가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 때문에 매카시 의장의 이날 발언은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바이든 성토 분위기를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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