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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판매 허용, 나무보다 숲을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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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태민 변호사·(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회장

김태민 변호사·(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회장

최근 국무조정실이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 간 건강기능식품 거래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소비자단체, 약사회, 업계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개인이 자신에게 불필요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누군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이것을 구매하는 것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와 영업자 관리를 위한 현행 법령 구조와 식품 안전을 고려하면 다르다.

우선 일반 식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은 제조업에 대해서는 허가제를, 판매업은 신고제로 규정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법률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건강기능식품은 일반 식품과 달리 표시·광고를 사전에 의무적으로 심의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과대광고를 상당히 걸러내 소비자를 철저히 보호한다.

그런데 일부 극소수 개인 판매자의 편의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 광고에 대한 관리가 불가능해지므로 그 피해는 모두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 물질이 농축된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섭취는 부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서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신고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도외시하고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의 편의성만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의 무신고 영업을 허용하면 전문가의 상담이나 광고 규제가 없어 노령층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소비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판매가 허용되면 행정기관의 관리가 불가능해진다. 현재 신고제로 운영되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모니터링과 민원 신고제도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과대광고나 품질 이상으로 적발될 경우 행정처분의 수위가 국내 어떤 법률보다 높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영업 신고를 하지 않는 개인은 불법이 있어도 이를 처벌하기 어렵다.

이밖에 그동안 정부가 철저히 관리한 덕에 가짜 및 유사 상품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지만, 개인 간 판매가 허용되면 위해성이 우려되는 가짜 제품들로 인해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식품 안전과 국민 건강은 편의성과 바꿀 수 없는 문제로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할 때다.

김태민 변호사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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