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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부활 예고 “최근 10년 최고 기술…EUV 장비 충분히 확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인텔테크투어에서 윌리엄 그림 인텔 로직 기술개발부문 부사장이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22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인텔테크투어에서 윌리엄 그림 인텔 로직 기술개발부문 부사장이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한때 반도체 제조 경쟁에서 늦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인텔이 내놓았던 것 중 최고의 공정이 준비됐습니다.”

윌리엄 그림 인텔 로직 기술개발 디렉터(부사장)는 자신 있는 말투로 인텔의 반도체 제조기술 부활을 예고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서다. 인텔은 올해 하반기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급 반도체 공정 양산을 앞두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3㎚ 공정 양산에 성공했고, 대만 TSMC는 이보다 6개월 늦게 시작했다. 그림 부사장은 인텔에서 23년 동안 첨단 공정 개발에 관여해왔다.

한때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뿐 아니라 미세 공정에서도 경쟁 업체를 압도해 왔지만 14㎚부터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14㎚ 공정은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14㎚대로 새길 수 있다는 뜻이다. 회로 선폭이 줄어들수록 반도체 성능은 향상된다. 인텔은 이 시기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 시기를 놓쳤고, 그 사이 TSMC와 삼성전자에 반도체 제조 주도권을 빼앗겼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반도체 공정 기술 비교. 인텔은 2010년대 중반 14㎚ 공정에서 한동안 정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 타이밍을 놓치고 삼성과 TSMC에 반도체 미세공정 주도권을 빼앗겼다. 한화투자증권, IC인사이츠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반도체 공정 기술 비교. 인텔은 2010년대 중반 14㎚ 공정에서 한동안 정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 타이밍을 놓치고 삼성과 TSMC에 반도체 미세공정 주도권을 빼앗겼다. 한화투자증권, IC인사이츠

그림 부사장은 “그 결과 모든 제조 공정이 늦어졌다”면서 “드디어 ‘인텔4’ 공정을 통해 따라잡기(catch-up)를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앞서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4년 안에 10㎚에서 1.8㎚까지 5개 공정을 돌파해 다시 제조 리더십을 되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선 인텔의 이런 구상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통상 하나의 새로운 공정을 개발→양산하는 데만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21일 말레이시아 페낭 인텔 공장에서 스티브 롱 인텔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이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인텔은 내년까지 1.8나노(㎚·1㎚=10억 분의 1m)급 공정에 돌입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기술 리더십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이희권 기자

21일 말레이시아 페낭 인텔 공장에서 스티브 롱 인텔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이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인텔은 내년까지 1.8나노(㎚·1㎚=10억 분의 1m)급 공정에 돌입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기술 리더십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이희권 기자

인텔은 이에 대해 “그동안 공정 이름에 붙는 숫자(㎚)가 실제 칩의 집적도와 성능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계획대로 공정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도체의 집적도뿐 아니라 실제 만들어진 칩의 성능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달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인텔은 반도체 생산 공정을 구분하기 위해 붙였던 기존 숫자 체계를 새롭게 변경했다. 2㎚ 이하 초미세 공정에 대한 기술 개발도 착수하는 등 ‘속도전’에 뛰어들었다.

그림 부사장은 이날 “경쟁사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반도체 성능을 수치화한 외부 벤치마크(성능 검증) 자료를 공개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C놀리지에 따르면 7㎚급으로 분류되는 ‘인텔4’ 공정에서 만들어진 칩의 성능은 실제로는 TSMC의 3㎚ 공정(N3E)과 엇비슷했다. 그는 “새로운 공정을 위해 EUV 장비를 충분히 확보했다”면서 “현재 수율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인텔은 자사 프로세서를 만드는 데 인텔4 공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하반기 중 인텔4 공정에서 전력 효율을 집중적으로 개선한 ‘인텔3’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 인텔은 이 공정이 실제 집적도 등에서 타사 3㎚급 공정과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판단해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22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인텔테크투어에서 윌리엄 그림 인텔 로직 기술개발부문 부사장이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22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인텔테크투어에서 윌리엄 그림 인텔 로직 기술개발부문 부사장이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인텔은 인텔4 공정과 인텔3 공정을 모두 외부 고객사에 파운드리 서비스로도 공급한다. 특히 개량형인 인텔3 공정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삼성전자의 최선단 공정인 3㎚ 공정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3㎚급 공정을 사용할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고객사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부사장은 “4년 내 5개 공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서 예정대로 두 번째 단계를 지났다”면서 “매년 성능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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