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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활동 문제…” 육사 이어 국방부 홍범도 흉상도 철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에서 사관생도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 그리고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의 흉상. 연합뉴스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에서 사관생도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 그리고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의 흉상.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의 독립군 흉상 철거를 추진 중인 가운데 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장군 흉상의 존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육사는 자유민주주의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호국간성 양성기관으로서 군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교내 다수의 기념물 정비 방안을 검토하여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사실상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방침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념물 재정비 이유에 대해 국방부가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의 위치 적절성’과 일부 인사의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에게는 공산주의 활동 전력이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육사 교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 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장군의 흉상 철거 이유에 대해 “공산주의, 공산당 가입했던 사람이 있다. 소련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방부의 입장은 광복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에서 비판받고 있다.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7일엔 홍준표 대구시장도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4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합참 청사 앞으로 홍범도 장군의 흉상(오른쪽)이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합참 청사 앞으로 홍범도 장군의 흉상(오른쪽)이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둘러싼 논란은 육사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흉상의 위치 적절성’을 언급한 국방부의 청사 내에도 홍범도 장군 흉상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청사 입구에는 홍범도 장군 외에 안중근·윤봉길·이봉창·강우규·박승환 등 독립투사 및 순국지사 6명의 흉상이 나란히 설치돼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하나만 철거하기도, 안중군·윤봉길 의사의 흉상까지 철거하기도 애매한 구도인 셈이다.

이 밖에 해군의 잠수함에도  홍범도 장군의 이름이 붙어있다. 손원일급 7번 함으로 2018년 취역한 해군의 주력 잠수함 ‘홍범도함’(214급)이다. 해군은 주로 독립투사의 이름을 잠수함에 붙여왔다.

‘홍범도함’의 존재는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도 언급됐다. 이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에 물론 가입했지만, 박정희 대통령 당시 1962년도에 건국훈장을 줬다”며 “존경받아야 하는 분들의 흉상을 다른 데로 옮기고 철거하는 것이냐”라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해군에 2016년도에 만든 홍범도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예, 그런 부분도 아마 같이 검토될 걸로 본다. 오해받지 않도록 잘 검토해서 잘 처리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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