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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 어려운 '열폭주' 발생…올해 상반기 전기차 42대 불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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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소방본부 주최로 열린 '전기차 화재 대응능력 강화 훈련'에서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 대응 장비를 활용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세종소방본부]

세종소방본부 주최로 열린 '전기차 화재 대응능력 강화 훈련'에서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 대응 장비를 활용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세종소방본부]

지난달 4일 경기도 광주시. 옹벽에 충돌한 기아의 전기차 EV6에서 불이 났다. 국도에서 자동차가 옹벽과 충돌하면서 불이 붙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펌프차 등 장비 16대와 소방관 44명을 투입해 3시간 만에 껐지만, 운전자 A씨(52)가 현장에서 숨졌다.

지난달 25일엔 네덜란드 아멜랜드섬 인근을 지나던 파나마 국적 화물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네덜란드 해안 경비대에 따르면, 화물선에 실려 있던 전기차 25~500대(추정치)에서 불이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화물선에 실려 있던 BMW·메르세데스-벤츠 등 2857~3783대(추정치)가 불탔다.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인근에서 발생한 화물선 화재.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 배에 실려있던 수천대의 차량이 불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인근에서 발생한 화물선 화재.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 배에 실려있던 수천대의 차량이 불탔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전기차 화재 총 121건…매년 2배 ↑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와 인명·재산 피해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와 인명·재산 피해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국내·외에서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소방청이 25일 연도별 국내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를 집계·발표했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21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기차 화재는 연평균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42대가 불탔다. 지난해 전체 화재 발생 건수(44건)에 육박한다.

재산 피해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0년 연간 3억6074만원이던 재산피해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8억3477만원을 기록 중이다. 인명피해도 2020년 한명도 없었는데 올해는 6명 발생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34만7000대)를 고려하면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이 불타는 건 아니었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0.01%)은 내연기관 등록 대수(2369만8000대) 대비 절반(0.02%) 수준이다.

전기차 화재 진압, 8시간 걸리기도

전기차 화재 발생 원인. 그래픽=김주원 기자

전기차 화재 발생 원인. 그래픽=김주원 기자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원인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37건으로 가장 많았다. 원인 파악이 가능한 것 가운데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29건이고, 사용자 부주의(22건)나 교통사고(16건) 순이었다. 일반도로·고속도로 등에서 66건, 주차장·공터에서 55건이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가 위험한 건 주행·충전 도중 발생 시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열폭주는 열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아 지속하는 상태다. 전기차 배터리는 내부에 수많은 셀로 구성하는데, 셀에서 불이 나면 주변 셀의 연쇄적 발화로 이어지며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실제로 독일보험협회는 파나마 화물선 화재에 대해 “열폭주가 발생하면 화학 반응으로 배터리를 팽창하는 가스를 생성하는 등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인천 중구 영종대교 하부도로에서 실시한 화재 대응 훈련. 영종대교 하단의 50중 차량 추돌 및 전기차 화재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진행했다. [뉴스1]

인천 중구 영종대교 하부도로에서 실시한 화재 대응 훈련. 영종대교 하단의 50중 차량 추돌 및 전기차 화재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진행했다. [뉴스1]

이로 인해 전기차 화재는 진압도 어렵다. 단순 발화에도 최소 2~3시간이 소요하고, 배터리 용량이 크면 7~8시간 걸리기도 한다. 전기차 화재를 두고 소방관들이 “공포의 화재”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질식소화덮개·이동식수조 등 전기차 화재진압 맞춤형 장비를 확충해 전기차 화재 발생에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전기차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특별안전점검을 하기로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연말까지 국내서 판매된 전기차 50여종을 대상으로 외관이나 배터리 상태 등을 점검하는 내용이다. 일부 차종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등 무상 안전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기차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차원에서 유관 기관·업계가 합심해 전기차 특별안전점검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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