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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칼 빼든 이복현에 野단톡방 성토 "라임 특혜환매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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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1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상희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1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상희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4선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취지의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데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25일 텔레그램 의원단 대화방에서 성토를 쏟아냈다. 금감원은 전날(24일) 투자자에게 조 단위의 피해를 준 라임이 대규모 환매 중단 선언(2019년 10월) 직전인 2019년 8~9월에 김 의원에게 2억 원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직접 해명에 나서 “말도 안 되는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민주당 의원 단체방은 금감원에 대한 비판으로 들끓었다. 해당 펀드 판매사인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출신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텔레그램 방에 “제가 잠시 다닌 회사라서 김 의원 관련해 알려드린다”며 대리 해명에 나섰다. 홍 의원은 “이 펀드 환매는 16명(법인 1개) 9월 3일에 동시에 환매 신청이 있었고, 10월 10일에 환매가 금지됐다”며 “이 정도 기간이면 부정의 소지는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환매 중단일 훨씬 이전에 환매 신청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어 “전혀 부정이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특혜환매라는데 업계에서도 황당해한다”며 “조만간 회사에서 정확한 내용을 서면으로, 본말을 밝히는 자료를 보내오면 다시 알려리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금감원 추가 검사 관련 논평을 통해서도 “금융감독원이 말하는 ‘특혜성 환매’는 야당 중진 의원을 흠집 내기 위한 저급한 끼워 맞추기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은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만든 금감원의 역대급 흑역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들도 이에 “금감원의 정치공작” “힘내세요” “별일 다 겪네요” “황당합니다” 등 응원 글을 줄줄이 달았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이 무도한 정부에서 검찰 출신이 가는 곳마다 우리 당을 공격하고 있으니, 우리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똘똘 뭉쳐서 싸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이어 이복현 금감원장까지 검사 출신이 야당 의원만 골라 수사한다는 주장이다.

당사자인 김 의원은 단체 방에서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의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고객 중 라임 마티니 4호 등에 투자한 모든 고객에게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를 권유했고, 2019년 9월 9일 저를 포함한 16명 전 고객이 환매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혜성 환매라고 발표한 금감원과 이를 기반으로 허위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김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직접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김 의원은 “2억원을 돌려받은 적 없고 수천만 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본인의 환매 금액은 총 1억56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투자한 펀드는 과거 라임 사태가 불거져 환매 중단이 된 (3개의) 펀드와는 무관하다”라고도 반박했다.

김 의원은 “금감원도 총선을 앞두고 한 건 하고 싶으니 얼토당토않은 말도 안 되는 정치공작을 한 것”이라며 “검찰만 정치하는 게 아니라 금감원 감사원, 권익위가 다 정치질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내 모든 의정활동에 오물을 던진 금감원을 용서하지 못한다. 이 시간 이후 금감원으로 가서 농성하겠다”며 고소·고발 등 향후 법적 대응조치도 예고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김 의원과도 만났다. 김 의원은  “누가 권유하고 어떤 과정으로 특혜를 받았는지 말을 해달라니 (이 원장이) 말을 못했다”며“제 기억엔 금감원장이 제게 ‘죄송하다’는 말을 5번 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이 원장은 어제 브리핑과 관련된 언론 보도내용에 대한 입장을 청취하였고,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6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열린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원석 검찰총장. 김현동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6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열린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원석 검찰총장. 김현동 기자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돈 봉투 사건처럼 ‘라임 리스트’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미 기동민·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라임 펀드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 초선 의원은 “검사 출신 한동훈과 이복현의 충성경쟁이 시작됐다”며 “여당에서 검사 자객공천설이 도는데 총선 앞두고 이런 행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방위로 확산하는 ‘민주당 사법리스크’에 일각에서는 금감원·검찰 수사에 애초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수사 상황을 흘리는 것만으로 여론에 불을 지필 수 있어서다. 한 초선 의원은 “최종 법적 판단 여부와 관계없이 사정 기관이 민주당 의원 이름을 한 명씩 흘려 우리 당을 비리의 온상처럼 낙인찍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비리 의혹이 불거진 몇 명(윤관석·이성만·김남국)이 탈당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잊을만하면 한 명씩 꺼낼 텐데 그때마다 일일이 당을 나갈 수도 없는 일”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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