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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에 사우디·이란 등 6개국 합류…"G7 대항마 노린 中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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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달 22~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5개국 정상들은 사우디·UAE·이란·이집트·에티오피아 등 6개국이 내년부터 정식 회원으로 브릭스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이달 22~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5개국 정상들은 사우디·UAE·이란·이집트·에티오피아 등 6개국이 내년부터 정식 회원으로 브릭스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인 브릭스(BRICS)에 내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이집트,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이 정식 회원으로 합류한다. 브릭스가 확장하는 것은 2010년 남아공이 합류한 이래 13년 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브릭스 확대의 ‘첫 번째 단계’로 이들 국가가 내년 1월 1일부터 브릭스 회원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브릭스와 파트너십 구축에 관심 있는 다른 국가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FT는 “이번 결정은 주요 7개국(G7) 회의의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브릭스의 빠른 확대를 추진했던 중국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미국 등 서방 주도의 블록에 대항하기 위해 브릭스의 몸집 불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브릭스 확대는 서구를 견제하려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의 브릭스 확대 기자회견 직후 푸틴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세계에서 브릭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오늘 시작한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의 실권자 무하마드 빈 살만 옹세자가 주최한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의 실권자 무하마드 빈 살만 옹세자가 주최한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선 브릭스의 확대 문제가 주요 안건이었다. 이를 두고 중국과 인도가 온도 차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23일 전체 회의 연설에서 “신흥국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브릭스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반면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합의(컨센서스)에 기반한 브릭스 확대를 지지한다”며 ‘조건부 확대’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확대는 주로 중국이 주도하고 러시아·남아공이 지지한 결과”라면서 “브릭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세계 석유 산유국 1위 사우디를 초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인도는 브릭스가 중국의 대변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했고, 브라질은 G7 등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남아공에 따르면 이들 외에도 10여개국이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40개국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사우디에 남달리 밀착하며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3월 수도 베이징에서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 사이를 중재해 국교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반면 사우디의 전통 맹방인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사우디와 연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하마드 빈살만(MBS) 왕세자의 ‘케미스트리’가 맞지 않은 점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기간 빈살만 왕세자를 비판한 이후로, 미국과 사우디는 냉랭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대러 제재 국면에도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를 통해 러시아와 공조하고 있다. 이란의 브릭스 합류 역시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을 위해 촘촘한 제재망을 가동 중인 미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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