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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또 실패했지만…위성 발사체 '엔진 결함' 해소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이번에도 실패로 마무리됐지만 기술력에 일부 진전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3단 추진체가 우주 영역에 진입했다는 건 각 추진체의 엔진 성능만큼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지난 6월 16일 인양됐을 때 모습. 합동참모본부

북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지난 6월 16일 인양됐을 때 모습. 합동참모본부

최종 실패 평가…하지만 정상적 비행 궤적은 진전

2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3시 50분쯤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새 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 1발을 쏘아 올렸다. 북한은 이 발사체의 추진체에 ‘천리마-1형’, 위성체에 ‘만리경-1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당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33㎞ 상공을 지나 남해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통과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실패했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일본 방위성은 발사체가 3개로 분리돼 한반도 서쪽 약 300㎞ 서해에, 한반도 남서쪽 약 350㎞ 동중국해에, 필리핀 동쪽 약 600㎞ 태평양에 차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각각 발사체의 1단, 페어링(위성보호덮개), 2단으로 추정되는 이들 물체의 낙하 지점 세 곳은 북한이 지난 22일 예고한 해상 위험구역 인근이다. 사전 계획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성공에 가까운 궤적으로 비행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지난 5월 31일 첫 발사 때는 천리마-1형이 약 7분간 비행하다가 어청도 서쪽 방향 200여㎞ 떨어진 서해상에 추락한 바 있다.

24일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북한 우주발사체 낙하 지점. 노란색 네모는 북한이 지난 22일 예고한 해상 위험구역으로 1단, 페어링, 2단이 이 구역 인근에 떨어진 것으로 표기돼있다. 일본 방위성

24일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북한 우주발사체 낙하 지점. 노란색 네모는 북한이 지난 22일 예고한 해상 위험구역으로 1단, 페어링, 2단이 이 구역 인근에 떨어진 것으로 표기돼있다. 일본 방위성

북한은 이날 천리마-1형 발사 2시간 30분만에 발사 실패 사실을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이 천리마-1형의 제2차 발사를 단행했다”며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의 1계단(단계)과 2계단은 모두 정상 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해당 사고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10월 중 3차 발사를 예고했다.

北, 실패 이유 놓고 사소한 문제로 판단

3단의 ‘비상폭발체계’에서 발생한 오류는 사소한 문제일 뿐, 단 분리와 추진체 엔진의 점화·연소 같은 주요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됐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이 언급한 비상폭발체계는 '비행 종단 시스템(FTS·Flight Termination)’으로도 불리는데, 각 단의 비행 중 문제가 발생할 때 의도적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장치다. 발사체가 추락할 경우 지상에 피해를 주거나 주변국이 수거해 분석할 수 있어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추락 전 자폭하게 만든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 발표를 보면 문제가 생겨 비상폭발체계를 작동시킨 게 아니고, 비상폭발체계의 오작동으로 정상 비행 중 폭발했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도 “북한이 10월에 바로 3차 발사를 시행하겠다고 한 건 1·2·3단 로켓의 작동 및 단 분리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주 공간으로 나간 3단…1차 발사 때 2단 결함 해결했다

실제 3단 로켓의 추락 정황이 포착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3단 추진체가 우주 공간에 진입한 뒤 비행하는 데까지 성공해 지상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위성으로서 역할은 하지 못하고 우주쓰레기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쏘아 올리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쏘아 올리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결과적으로 1차 발사에서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2단 추진체의 엔진 결함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은 “천리마-1형이 정상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해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상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2단 엔진의 점화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적합한 연료 조성비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춘근 위원은 “고공 엔진(2단 엔진)의 안정성과 신뢰성 문제를 3개월 만에 해소한 셈”이라고 말했다.

“ICBM 정상각 발사와 유사…ICBM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

일각에선 이번 정찰위성 발사를 통해 북한이 그동안 핵심 협박 수단으로 내세워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력의 근본적 한계가 노출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찰위성 발사체와 ICBM은 사실상 같은 원천 기술이 적용된다.

군 당국자는 “이번 발사를 ICBM의 정상각도 발사와 같은 개념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ICBM을 고각발사로만 시험해온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실패했다는 건 ICBM를 정상각으로 발사하는 것과 관련한 기술력이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천리마-1형은 기본적으로 화성-15형의 추진체계를 활용한 발사체”라며 “천리마-1형의 연이은 발사 실패는 현 수준에서 ICBM 실전 발사 역시 실패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월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발사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월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발사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군 당국은 이날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북한 발사체에 대한 탐색·인양 작전에 돌입했다. 합참 관계자는 “낙하물을 식별하는 해상 수색부터 해야 한다”며 “서해상에서는 우리 군 당국이, 먼 바다에서는 미국 측이 하는 것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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