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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줄었는데 쌓이는 교육교부금…노트북·현금 뿌리는 교육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모습. 뉴스1

지난 4월 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모습. 뉴스1

학생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현행대로 유지하면 학생 1인당 교부금이 과다하게 늘어난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또 교부금이 급증하면서 교육청이 학생·교직원에게 현금이나 현물을 뿌리는 식의 정책을 시행했다며 예산의 방만 운영 사례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24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도교육청 교육 예산으로 활용되는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정해져 있다. 감사원은 현행 교부금 제도가 학령인구 감소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반면, 교사와 학교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아 방만한 운영이 누적됐다고 지적했다.

학생 급감하는데 쌓이는 교부금…선심성 정책 남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초·중등 학령인구는 2021년 544만명에서 2030년 407만명, 2065년 257만명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교부금은 물가 상승 등으로 세수가 증가하면 자동으로 늘어난다. 감사원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교부금이 2020년 49조9000억원에서 2070년 222조6000억원으로 약 4.5배 늘어난다고 봤다. 같은 기간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은 891만원에서 9781만원으로 11배 가까이 증가한다. 감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교부금 총 규모를 재정부담 여력(경상 GDP 증가율)만큼 증가시켜 안정적이면서도 인구 감소 추세를 반영할 수 있는 개편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감사원은 교육청의 방만한 운영도 문제라고 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각 교육청에 지난해 배분된 교부금 63조2000억원 외에 추가경정 등으로 15조7000억원이 추가로 지급됐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은 불필요한 현금·복지성 사업에 쓰였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관내 학생 모두에게 '교육 회복지원금' 명목으로 1664억원을 나눠줬다. 서울시교육청은 2021∼2022년 '입학지원금' 명목으로 초·중등 신입생에게 총 960억원을 지급했다. 경북도교육청은 교원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과 교육공무직 등에 46억원 상당의 노트북 컴퓨터를 나눠줬다.

또 전남도교육청은 2018∼2022년 연평균 300여명의 교직원에게 1인당 3000만원 이내, 총 346억원을 '무주택 교직원 주택임차 지원' 명목으로 무이자 대출해줬다. 강원도교육청은 학교 교감 등에게 스마트단말기를 나눠주겠다며 600대를 구입했는데 210대는 보관만 하고 있었다. 이처럼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시도 교육청 현금·복지성 지원사업에 쓰인 돈만 3조5000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는 시·도교육청별 실제 수요에 기반하지 않고, 세수 규모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정해지는 교부금 결정 구조에 있다”며 “연동 방식이 계속될 경우 여유재원이 발생하고, 교육부는 남는 재원을 각 시·도교육청에 배분하기 위해 과다·중복산정한다. 교육청은 이를 불요불급한 사업에 사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들쑥날쑥 교원 수급 정책, 부담 키웠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규탄 기자회견에서 교사 정원 확보를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규탄 기자회견에서 교사 정원 확보를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원 정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재정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8년 교육부는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로 신규 채용 규모를 산출했다.

당시 모형대로 계산하면 2019년부터 2030년까지 교원 5만2956명을 줄여야 하고, 신규 채용 가능 인원은 7만57명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신규 채용 인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감축 규모는 3만3633명으로 줄였다. 반대로 신규 채용 가능 규모는 8만5930명~9만2370명으로 늘렸다.

2020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를 반영하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초등 교사를 신규 채용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원 1인당 학생 수 목표를 더 줄이는 방식으로 교원 신규 채용을 강행했다. 결국 2021~2024년 초등 교원 신규 채용 규모는 3000명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는 2000명대, 2028년부터는 1000명대로 채용 규모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감사원은 “사실상 2030년까지의 초등교원 신규 채용 여력 중 일부를 미리 당겨쓰고 그 이후는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립했다”고 지적했다.

교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 4월, 2027년까지 신규 교원 채용 규모를 초등은 27%, 중등은 28.5%까지 줄이는 수급 계획을 내놨다.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제도 개선에 신중한 입장이다. 세수가 늘면서 올해 교육청에 배분하는 교부금이 급증했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고, 유치원 무상교육과 기초 학력 강화 등 새로운 정책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는 세수 전망이 좋지 않아 교부금이 다시 감소할 전망”이라며 “이렇게 변동이 큰 내국세 연동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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