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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갱신 10집 중 4집 역전세…평균 1.2억 내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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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은평구의 신축아파트를 소유한 강모씨는 지난 6월 기존 세입자와 전세 재계약을 맺으면서 신용대출을 받아 1억원을 돌려줬다. 2년 전 7억원에 계약했지만, 시세 하락으로 1억원 깎인 6억원에 계약 갱신했다.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한 집주인 열 명 중 네 명 이상이 강씨처럼 2년 전 계약 때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역(逆)전세’로 보증금 일부를 세입자에게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올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의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9만7467건)을 분석한 결과다. 전체 전세 계약 가운데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한 갱신계약은 2만7382건(28.1%)인데, 갱신계약의 40.9%(1만1212건)는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재계약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줬다. 보증금 반환액은 평균 1억1959만원, 총액은 1조3408억원이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갱신계약의 역전세 비중은 지난 1월 32.6%(3595건 중 1172건)를 기록한 뒤 꾸준히 증가해 7월에는 45.4%(3202건 중 1453건)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달 들어 역전세 비중은 43.7%(1404건 중 614건)로 다소 줄었다. 최근 전셋값이 상승 전환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동작구의 역전세 비중이 50.1%로 가장 높았다. 은평구(46.9%), 서초구(46.9%), 강남구(45.5%)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속하는 도봉구(35.9%), 중랑구(33.9%), 노원구(30.8%) 등은 역전세난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 평균 보증금 반환액은 강남구가 1억899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초구(1억8692만원), 송파구(1억5420만원), 용산구(1억4034만원) 등의 순이었다.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1억원 이상 반환한 갱신계약은 6224건이며, 3억원 이상은 609건, 5억원 이상은 86건이었다.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반환액이 5억원 이상으로 컸던 계약은 강남구(49건)와 서초구(28건) 등에 집중됐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강남구 대치동 대치선경 전용 117.7㎡의 집주인은 2021년 5월 보증금 18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지만, 2년 뒤인 올해 5월 11억원에 계약을 갱신하며 세입자에게 7억5000만원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의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51.27㎡ 소유주도 기존 36억원보다 7억원 낮은 29억원에 갱신계약을 맺으며 보증금 차액을 세입자에게 반환했다.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초 지역의 경우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져 역전세에 대한 집주인들의 걱정이 컸다”면서도 “세입자와 집주인이 재계약 금액을 두고 갈등을 보인 사례가 일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재계약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의 공인중개사도 “보증금 차액을 반환할 만한 현금이 없는 집주인은 올 초에 집을 싼 값에 팔았거나, 신용대출 등으로 돈을 마련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선 급매물 사라지고 오히려 가격 반등 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2.02% 상승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전세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집주인의 역전세에 대한 부담도 사라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크게 줄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다시 강세로 돌아갈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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