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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에 ‘돌가루’ 뿌려 탄소 잡는다…MS가 점찍은 이 기술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암석 풍화 촉진'(ERW) 실험을 위해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농장에 현무암 가루를 뿌려 이산화탄소 제거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예일대

'암석 풍화 촉진'(ERW) 실험을 위해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농장에 현무암 가루를 뿌려 이산화탄소 제거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예일대

농경지에 돌가루를 뿌리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미국 지구물리학회(AGU)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지구의 미래’ 최신호에 따르면 백승훈 미국 예일대 박사 연구팀은 ‘농경지의 암석 풍화 촉진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현무암·감람석 등 화산암류는 빗물과 만나 풍화를 일으키는데, 이때 빗물 속 이산화탄소가 탄산염 형태로 암석에 포집되는 것에 착안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이다.

백 박사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풍화 기간을 단축하는 ‘암석 풍화 촉진’(ERW) 기술을 소개했다. 자연 상태에서 암석의 풍화는 수십만 년 걸리지만, 암석의 입자를 작게 만들면 빗물과 접촉했을 때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선 세계 각지의 농경지 1000여 곳에 1헥타르(㏊·1만㎡)당 현무암 가루 10t을 뿌릴 경우 640억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2006년부터 2080년까지 75년간 ERW를 적용했다고 가정해서다. 이를 전 세계 농경지에 확대할 경우 같은 기간 동안 2150억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 국제 사회는 2100년까지 지구의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미만으로 유지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선 이산화탄소를 최대 1조t가량 감축해야 하는데, ERW를 적용할 경우 목표 달성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식물의 경우 기온이 올라가면 탄소 흡수 효과가 저하되는데, ERW는 덥고 습한 지역에서 풍화 작용이 빨리 진행되므로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오염 우려도 적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현무암 가루가 바다로 흘러갈 경우, 염기성을 띠므로 해양 산성화도 저감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연구팀은 “ERW는 상대적으로 열대지역에 자리한 개발도상국의 농업 개혁 개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ERW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점찍은 미래 기술이기도 하다. MS는 지난 4월 영국 기업 언두(UNDO)와 협약을 맺고, 영국 농경지에 2만5000t의 현무암을 뿌려 향후 20년간 이산화탄소 5000t을 포집하기로 했다. 언두는 2030년까지 누적 10억t의 이산화탄소 포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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