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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부채 사상 첫 200조 넘어섰다…하루에 내는 이자만 70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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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에 있는 한전 본사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전남 나주시에 있는 한전 본사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전력의 빚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한전은 하루 평균 약 70억원, 한 달 약 2000억원을 순전히 이자로만 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법정 한도에 걸려 한전채를 찍어 ‘빚 돌려막기’를 하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위기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한전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다. 상반기 말 부채비율도 1년 새 115%포인트나 늘어난 574%를 기록했다. 상환해야 할 부채 규모가 자본의 5배를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한전 부채는 2020년 말 132조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말 145조8000억원, 2022년 말 192조8000억원으로 계속 불어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하지 않아 2021년 이후 4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본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5차례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과 올해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에 한전의 전기 판매 수익 구조는 점차 정상화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한전의 재무 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평가된다. 실제 한전은 올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만 8조5000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올 3분기 적자를 탈출하겠지만, 올해 연간으로는 약 7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이뤄질 2023년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가 확 줄어든다는 점이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현재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200억원)의 5배인 104조6000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전망대로 수조 원의 추가 영업손실이 난다면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이 줄어 발행 한도가 약 70조원으로 감소할 수 있다.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78조9000억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한국전력공사 실적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 실적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

쉽게 말해 내년 말 이후 한전은 필요시 추가로 한전채 발행을 못 해 운영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전은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도 11조4300억원 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해 전기 구매 대금, 시설 유지·보수·투자비 등으로 썼다.

당초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유지되면 한전이 전기요금을 더 올리지 않아도 내년부터 본격적 수익을 내기 시작해 누적 적자를 점차 해소해나갈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은 다시 상승세다.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등락하던 두바이유 가격이 최근 89달러대까지 올랐다.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내년 상반기 한전 수익 구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3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하겠으나,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전기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연료비뿐만 아니라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지속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추가적인 요금인상이 있어야만 2024년부터 연간 영업이익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민식 SK증권 애널리스트도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적자 폭이 축소되고 있으나,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운 상황으로 매출액 상승에 한계가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적자 축소 또한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한전은 심각한 ‘재무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에너지 공기업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에너지 요금은 많이 반영이 못 되면서 그 시차 때문에 상당한 적자가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자구 노력을 계속해 가면서 에너지 가격 추이에 따라 요금 현실화를 통해 재무적으로 개선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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