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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건폭과의 전쟁 250일…4829명 송치, 148명 구속

중앙일보

입력

경찰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해 지난 14일 기준 총 4829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이 중 148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6월 중간 성과 발표(송치 1484명, 구속 132명) 이후 단속 기간을 50일 연장해 3345명을 추가로 검찰에 넘기면서 총 송치 인원은 3.3배로 늘었다.

국가수사본부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지난 14일까지 250일 동안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전체 적발 사례 중 전임비·복지비·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경우가 3416명(70.7%, 구속 124명)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현장에서 출입을 방해하거나 작업을 거부하는 등 업무방해 행위로 적발된 인원은 701명(14.5%, 구속 3명), 소속 단체원 채용과 장비 사용을 강요한  사례가 573명(11.9%, 구속 20명)이었고 건설현장 폭행·협박·손괴 등 폭력행위로 적발된 인원이 117명(2.4%, 구속 1명), 불법 집회·시위자는 22명(0.5%)이었다. 소속 단체로는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이 2890명(구속 58명)으로 송치 인원의 59.8%를 차지했다.

경찰이 지난해 12월부터 250일 동안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4829명을 송치하고 148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 경찰청

경찰이 지난해 12월부터 250일 동안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4829명을 송치하고 148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 경찰청

경찰은 이 같은 불법행위가 서로 유기적인 순환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소속 단체원의 채용과 장비 사용을 강요한 뒤 ▶사측이 거부할 경우 소음을 동반한 집회를 열어 민원을 유발하거나 출입을 방해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고 ▶이러한 업무방해를 중단하는 대가로 금품을 갈취하는 식으로 불법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소속 노조원의 채용을 강요하면서 방송 차량과 고성능 확성기를 이용해 건설현장 앞에서 극심한 소음을 일으켜 공사를 방해한 뒤 전임비 등의 명목으로 1억8000만원을 갈취한 A건설연합이 대표적이다. 인천경찰청은 이 단체 집행부 12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건설현장에서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노조 등 단체를 결성한 뒤 복지비 명목으로 1억7000만원을 갈취한 B노조 본부장 등 10명(폭력조직원 3명 포함 구속 7명)과 채용을 강요하고 집회를 열겠다고 협박해 1억5700만원을 갈취한 C노조 소속원 15명(구속 2명)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오직 건설사를 괴롭히거나 금품을 뜯어낼 목적으로 장애인 없는 장애인노조, 유령 환경단체, 유사 언론사 등 가짜 공익단체를 만든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며 폭행을 일삼거나 민원·고발을 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다. 가짜 살수차 조합의 경우 ‘환경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협박해 살수차 사용료 4억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적발 인원 중 일부는 건설사를 압박하기 위한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노조 소속 조합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충북 충주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D노조 소속 노조원 2명은 같은 노조 소속 펌프카 기사에게 작업 중단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19㎝ 길이의 과도를 목에 들이대며 “죽어봐야 작업을 중단할 거냐”고 협박한 혐의로 검거됐다. 경기도 안산시에서는 노조원 채용을 요구하며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무단 진입,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의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하고 경찰 방패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지역건설노조 소속 54명이 검거됐다.

한 군소 장애인노조 부울경지부가 '장애인 없는 장애인노조'를 설립해 경남 양산 일대 공사현장에서 출입방해를 하는 모습. 사진 경찰청

한 군소 장애인노조 부울경지부가 '장애인 없는 장애인노조'를 설립해 경남 양산 일대 공사현장에서 출입방해를 하는 모습. 사진 경찰청

이번 특별단속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노동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라고 강조하고, 이어 지난 2월엔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지시하면서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특별단속을 통해 건설현장의 고용관계를 바로잡고, 법치와 공정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경찰청 홈페이지에 건설현장 폭력행위 신고창구를 신설하는 등 앞으로도 상시단속체제를 구축해 강력히 단속·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건설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건설노동자 양회동씨는 지난 5월 1일 강원도 강릉시에서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분신해 사망했다. 이후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5월 16일 서울광장 등 도심에서 건폭 수사를 비판하는 취지의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당일 오후 5시 이후 집회금지 통고에도 날을 새워 집회를 강행한 혐의로 장옥기 위원장 등 건설노조 관계자들을 수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전날(21일) 기각했다. 이에 건설노조는 “그동안 경찰은 끊임없이 건설노조를 향한 무리한 수사와 탄압을 지속해왔다. 경찰은 건폭몰이로 이어져 온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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