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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 능가한 놈"…베트남으로 튄 대전신협 헬멧 강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대전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사건 용의자 A씨(47)가 베트남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8일 현금강도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 신협. 사건 용의자는 발생 이틀 만인 20일 베트남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진호 기자

지난 18일 현금강도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 신협. 사건 용의자는 발생 이틀 만인 20일 베트남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진호 기자

22일 대전경찰청과 대전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발생 이틀 만인 20일 오전 인천 공항을 통해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20일 오후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 과정에서 그가 오전에 출국한 사실을 발견했다. 경찰은 베트남 당국에 공조를 요청하는 한편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A씨 거주지와 가족 등의 집을 수색할 방침이다.

사건 발생 이틀만인 20일 다낭으로 도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전과 직후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을 빠져나갔다. 이후 유성구 진잠네거리를 거쳐 서구 일대를 휘저은 뒤 충남 금산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그가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오토바이를 고집했고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좁은 골목이나 미개통 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산 추부에서 대전으로 돌아올 때는 택시를 이용했다.

지난 18일 오전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사건 용의자(노란색 원)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하고 있다. [사진 독자]

지난 18일 오전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사건 용의자(노란색 원)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하고 있다. [사진 독자]

경찰은 지난 19일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서 A씨가 타고 도주한 흰색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이 오토바이는 17일 오후 대전 유성구에서 분실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A씨는 이 오토바이 외에도 대전 서구 한 중국음식점 앞에서 검정색 오토바이 1대를 추가로 훔쳤다. 모두 현금강도에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이 때는 지인의 차를 몰고 범행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한 뒤 걸어서 이동했다.

목격자와 신협 관계자 조사,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A씨의 동선을 추적하던 경찰은 20일 오후 그의 신원을 확인하고 용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출국한 뒤였다. 경찰은 국제 형사기구(인터폴)를 통해 베트남 당국에 공조를 요청했다.

범행 전부터 치밀한 준비…오토바이 2대 훔쳐 

조사 결과 A씨는 범행에 사용할 오토바이를 훔치는 과정부터 현금을 빼앗아 달아나는 과정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 유성 피자전문점 앞에서 시동이 켜진 흰색 오토바이를 훔칠 때는 등산점퍼에 모자와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 도주 수단을 바꿀 때는 옷과 모자·마스크를 모두 바꿨다.

지난 18일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사건 용의자가 17일 대전 유성구의 한 인도에 놓인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고 있다. [사진 독자]

지난 18일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사건 용의자가 17일 대전 유성구의 한 인도에 놓인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고 있다. [사진 독자]

범행 당일 신협에 들어가기 전에도 오토바이로 건물 주변을 두세 차례 돌아본 뒤 직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침입했다. 이 때문에 A씨가 사전에 신협에 여러 차례 들러 내부 상황과 직원 동선을 미리 점검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 ‘대도 조세형보다 더한 도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 "베트남행 항공권 예약한 것으로 추정" 

경찰은 A씨가 범행 전에 미리 베트남행 항공권을 예약한 것으로 추정했다. 범행 날짜와 시간을 모두 정해 놓고 도주 경로와 해외 출국까지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베트남은 최근 15일이던 한국인 무비자 체류 기간을 45일까지 연장했다. 경찰은 신협 직원과의 공모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18일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사건 용의자가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사진은 붐비는 인천공항 모습. 뉴스1

지난 18일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사건 용의자가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사진은 붐비는 인천공항 모습. 뉴스1

경찰 관계자는 “옷부터 헬멧, 범행 도구인 오토바이까지 철저하게 준비했고 도주 경로 역시 답사한 것을 추정된다”며 “베트남 현지 공안에 공조를 요청한 만큼 빨리 잡겠다”고 말했다.

도박 빚에 범행…카센터에서 빌린 차 이용

A씨가 해외로 도주한 가운데 범행 동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몇년 전부터 동남아 등지를 오가며 도박에 빠졌다”는 주변 진술을 확보하고 직접적인 범행 동기로 ‘도박 빚’을 추정하고 있다. A씨는 특정한 직업이 없이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해오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앞두고 카센터에서 승용차를 빌린 정확을 확인했다. 신협을 털 당시 이 승용차를 이용하고 베트남으로 출국하던 20일 차를 돌려주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한편 지난 18일 오전 11시58분쯤 대전시 서구 관저동 한 신협 지점에 헬멧을 쓴 남성이 침입, 소화기 분말을 쏘고 흉기로 직원을 위협하며 현금 3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그가 신협에 들어와 현금을 강탈해 달아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었다.

현금강도 사건이 발생한 대전시 서구 관저동 신협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현금강도 사건이 발생한 대전시 서구 관저동 신협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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