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침수 피해 지역을 찾아 해당 지역을 관리해온 김덕훈 내각 총리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아 현지 지도했다. 이 지역은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일대가 침수된 곳이다.
김 위원장은 간부들이 업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며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 그 결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질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총리가 김 위원장에게 ‘해당 간석지는 군부대의 토지’라고 보고하며 복구사업을 군부대에 맡기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김 총리가) 대책답지 못한 대책을 보고해놓고는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파악)해보면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 있다”며 “내각 총리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전 국가적으로 농작물 피해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운 데 대해 특별히 강조하는 시점에조차 일군(간부)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성이 난무하게 된 데는 내각 총리의 무맥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몰아붙였다.
한편 김 총리는 2020년 북한 간부 진영에서 젊은 축인 59세 나이로 총리에 올랐다. 권력의 정점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으로 ‘김정은 최측근’을 상징하는 가죽 롱코트를 걸치고 경제 현장 시찰에 나서는가 하면 주요 행사 호명 순서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이름이 불리는 경우도 잦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인사 개편과 함께 이번에 김 총리를 내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최근 식량난 등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 이어지자 이 화살을 간부들에게 돌리기 위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조용원·김재룡 당 비서,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북한군 총정치국장 등과 동행했으며 김덕훈은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