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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 일당, “살인 의도 없어…가상화폐만 뺏으려 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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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강남 납치·살해 사건’ 일당이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며 우발적 범죄를 주장했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스1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1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와 사실혼 관계인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 등 7명에 대한 공판을 열고, 이 중 피해자를 암매장한 황대한에 대한 증인 신문을 했다.

앞서 황대한은 경찰에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지만, 이날 법정에선 “가상화폐를 갈취할 목적으로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그저 피해자에게 겁을 줘 협박하려고 했을 뿐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대한은 “원하는 가상화폐를 취득하면 택시를 태워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며 “주사했던 마취제로 사람이 죽을 줄 정말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황대한이 참석한) 현장 감식 당시 경찰이 ‘피해자를 풀어줄 생각이고, 그저 협박하기 위해 적당한 장소로 해당 장소를 고른 것이냐’고 물었지만, 황대한이 ‘산 깊숙한 곳이기에 그럴만한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던 것을 비춰볼 때 오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황대한은 또 지난 공판기일 당시 연지호가‘황대한과의 범행을 공모 과정에서 피해자의 장기를 적출해 매매하자는 말이 있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 “논의한 사실은 있으나, 센 척을 하고 싶어서 가능하다고 했을 뿐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거듭 계획 살인을 부인했다.

황대한은 그러면서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가 시키는 대로 다 했다”며 “(범행 도중) 화장실에 가는 것도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범행이 실패할 경우 범죄 자금을 건넨 유상원·황은희 부부로 납치 표적을 변경하려 했다는 진술도 했다.

황대한은 “이경우의 다음 목표는 유상원·황은희 부부였다”며 “피해자에게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두 사람을 ‘작업’하면 된다고 했다”고 했다.

앞서 이경우 등 일당은 지난 3월 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한 뒤 마취제를 주사해 살해하고, 다음날 대전 대덕구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을 지급하는 등 살인을 청부했다.

이들 부부는 2020년 10월 피해자의 권유로 가상화폐에 30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이듬해 초 가격이 폭락해 손실을 봤다.

이경우는 강도 등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살인 모의, 시체 유기 등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중이다.

황대한과 함께 범행을 실행한 연지호는 이경우를 비롯한 일당 대부분이 살인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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