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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노리던 수출 비상…대중 수출, 8월에 28% 급감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올 4분기 '플러스'(+) 전환을 노리는 한국 수출 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근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최대 시장'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 폭도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한국의 수출액은 총 27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했다. 수입액은 314억 달러로 같은 기간 27.9% 줄었다. 20일간 무역수지는 35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84억 달러(약 38조1000억원)로 집계됐다. 15개월 연속 적자를 거쳐 6~7월 흑자를 찍었지만,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수입은 원유(-37.4%)·가스(-45.2%)·석탄(-49.1%) 등 3대 에너지원 중심으로 1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하지만 수출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무역 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수출 추이가 월말까지 이어지면 11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특히 전체 수출액의 19.6%(1~7월 기준)를 차지하는 중국이 심상치 않다.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부동산 위기까지 겹치면서 수출 악재만 쌓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생산자 물가지수는 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동반 하락했고, 소매 판매도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대형 부동산 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대(對) 중국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7.5% 감소한 58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7.2%), 유럽연합(EU·-7.1%), 베트남(-7.7%) 등 다른 주요 시장보다 감소 폭이 훨씬 크다. 줄어들던 수출 감소율도 두 달째 다시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6월 -19%로 연내 가장 적은 감소율을 보였지만, 지난달(-25.1%)을 거쳐 이번 달엔 더 악화하는 상황이 유력해졌다.

중국발 부동산 위기를 촉발한 비구이위안의 아파트 단지. AFP=연합뉴스

중국발 부동산 위기를 촉발한 비구이위안의 아파트 단지. AFP=연합뉴스

오는 10월 이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반도체 경기 회복 등에 따른 '수출 플러스'를 기대하던 정부의 고심도 깊어진다. 우선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 상황이 계속 나빠지면 반도체 등 핵심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받고, 수출 전반의 회복도 느려질 위험이 크다. 지난달 대중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50.3%) 난 게 대표적이다.

전문가들도 중국발(發) 위기 여파로 당분간 '상저하고'로 대표되는 수출 반등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짚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탈중국화' 한다지만 당장은 중국 내수가 살아야 반도체 수출 등도 늘 수 있다. 중국은 부동산 리스크로 성장 둔화를 감내할 수밖에 없고, 한국도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중국 경제 침체로 우리 수출도 당초 예상만큼 늘기 어렵게 됐다. 중국이 부동산 버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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