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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도 야도 "우리가 더 위기다"...수도권 의원들 부글부글, 왜

중앙일보

입력

내년 4·10 총선을 8개월 앞두고 여야 수도권 의원의 위기감 분출이 잦아지고 있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253석 중 절반가량인 121석이 있는 최대 격전지다.

2020년 총선에서 수도권 16석(13.2%)만을 얻은 국민의힘에선 일찍이 이달 초부터 “수도권이 참 어렵다”(이준석 전 대표), “수도권 인물난이 심각하다”(안철수 의원) 등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졌다. 이에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그러자 4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지난 17일 BBS라디오에서 “현재 당 지도부는 수도권 경쟁력이 없다”고 했고, 이튿날 SBS라디오에서도 “뭐가 위기인지 본질을 잘 모르고 있는 게 진짜 위기”라고 당 지도부에 각을 세웠다.

윤 의원은 “당이라는 배가 좌초되거나 어려워지면 당 지도부 의원이 아니라 수도권 의원이 가장 먼저 죽는다”고 했다.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을 지역구로 둔 이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기현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박대출 정책위의장(경남 진주갑) 등 당 4역이 영남과 강원 일색인 점을 겨냥했다. 일찍이 수도권 위기론을 펴온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도 18일 “배를 수리하자는 쓴소리와 배를 침몰시키는 막말을 구분 못 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수도권과 중도를 잡아야 당이 살 수 있는데, 영남권 지도부는 자기들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각종 지표에서 적신호는 이미 켜졌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을 물은 한국갤럽 8월 둘째 주 조사(8~10일) 결과 서울은 정부 견제론(43%)이 정부 지원론(40%)보다 높았고, 인천·경기도 정부 견제론(52%)이 정부 지원론(32%)을 크게 앞섰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10주년 기념 녹서 '민주당 재집권전략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10주년 기념 녹서 '민주당 재집권전략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지난 총선에서 103석(85.1%)을 얻어낸 더불어민주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재명 대표(인천 계양을)의 사법 리스크로 수도권 민심이 악화한 데다, 이 대표 지지층인 ‘개딸’도 중도층이 보기엔 거부감이 드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또 친명(親明)과 비명(非明) 간 첨예한 갈등만 부각되는 탓에, 정책이나 실용 정당 이미지도 약화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민주당 재집권전략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을 열어 당을 비판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수도권 의원이었다. 1기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서울 노원을)은 “사회경제개혁을 해야 하는 데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 ‘소득주도성장’에서 걸렸다”고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했다.

4기 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서울 강서을)은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 지난 대선 때 이 후보의 공약을 거론하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중 생각나는 건 탈모 공약 하나”라고 했다. 현재 위원장(5기)인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도 “민주당은 수십 년 동안 기득권이 독점해 온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특혜’와 절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정부 견제론이 높다는 점을 평가하면서도 ‘외생 변수’라는 우려가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서울 양평고속도로 논란 등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일 뿐, 정당 자체의 지지도만 보면 국민의힘에 계속 밀리고 있어서다. 한국갤럽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서울은 국민의힘(34%)이 민주당(27%)을 7%포인트 앞섰고 인천·경기는 34%로 동률이었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도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에서) 서울보다는 경기도가 조금 형편이 낫지 않냐 보는데, 저는 그렇게 안 본다. 저희가 앞으로 하기에 따라 그 스윙 폭이 클 것”이라며 “수도권 위기론이 민주당에도 심각하게 올 수 있다”고 했다.

당내에선 향후 추이에 대한 걱정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이미 지지율에 반영돼 더 달라질 건 없지만, 코인 논란이 진행 중인 김남국 의원(경기 안산 단원을)과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연루자인 윤관석(인천 남동을)·이성만(인천 부평갑) 의원도 모두 수도권 의원”이라며 “리스크 의원이 몰린 탓에 수도권은 언제든 민심이 냉랭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 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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