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전시회까지 연다…요즘 서점이 살아남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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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책’과 ‘읽기’를 주제로 연 미술 전시. [뉴스1]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책’과 ‘읽기’를 주제로 연 미술 전시. [뉴스1]

온라인서점 예스24는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서 2주간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 전시회를 열었다. ‘책’과 ‘읽는 행위’를 주제로 미디어아트, 팝아트 작가들이 33만장의 종이를 쌓아 만든 설치 미술 ‘어떤 부활’, 중고 책을 쌓아 만든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탑’ 등 실험적 오브제를 선보였다. 2주간 1만 명이 전시를 찾았다.

최세라 예스24 대표는 “20대가 책을 많이 안 읽는다고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책이 필요한 순간이 언젠가 있다. 그때 예스24를 찾을 수 있도록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서점이 현대미술 전시회를 연 이유를 설명했다.

온·오프라인 대형서점이 변하고 있다. 책 파는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 경험을 선사하는 복합 콘텐트 기업’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설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2021년 반디앤루니스가 폐업한 데 이어, 올해 교보문고가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변화는 빨라지고 있다.

올초 알라딘은 콘텐트 창작 플랫폼 ‘투비컨티뉴드’를 런칭했다. 웹소설, 웹툰 위주인 여느 플랫폼과 달리 에세이, 논픽션까지 장르 경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연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미국 출판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 번역을 통한 신인 번역가 발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김병희 알라딘 이사는 “알라딘이 저작권을 사서 신인 번역가에게는 기회를 주고 독자들에게는 다양한 콘텐트를 소개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에 전시된 유나얼 작가의 작품. [연합뉴스]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에 전시된 유나얼 작가의 작품. [연합뉴스]

알라딘은 지난 3월 ‘알라딘 단 한 권 인쇄소’도 오픈했다. 출판사에도 재고가 없는 책을 알라딘이 제작해 배송하는 서비스다. 주문이 들어오면 저자와 출판사의 승인을 받아 제작한다.

알라딘이 독서 마니아층을 겨냥한 서비스를 주로 만든다면, 예스24는 공연·콘서트·여행 등으로 상품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 떠나는 원주 여행’ 패키지를 내놔 하루 만에 완판시켰다. 공연 예매 서비스(예스24 티켓), 대학로 극장(예스24 스테이지), 콘서트홀(예스24 라이브홀) 등도 그 일환이다.

예스24는 올 하반기 독서·생활용품 브랜드 ‘리센스’를 런칭하고, 독서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노트 앱 ‘사락’도 선보인다. 최 대표는 “우리 강점은 저자와 접점을 두고 독자를 연결해주는 데 있다. 북클럽과 독서 노트 등 커뮤니티를 강화해 독자가 책을 더 자주 찾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2013년 시작한 스토리공모전의 상금을 올해 증액했다. 판돈을 키워 제2의 ‘재벌집 막내아들’을 탄생시킬 창작자를 찾겠다는 취지다. 스토리공모전은 기존 문학상과 달리 처음부터 영상화를 전제로 콘텐트를 선별한다. 종이책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통상 소설의 영화(드라마)화 판권료는 5000만~1억원 선이다. 판권을 영화제작사 등에 팔아 작가와 수익을 나눠 갖는 지식재산권(IP)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서점들이 ‘공룡’ 포털 등과 콘텐트 시장에서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독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대형 서점은 전자책 데이터를 통해 어떤 연령대와 성별의 독자가 어떤 책의 어떤 구절에 밑줄을 치는 지 알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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