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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비상등 켜진 한국경제 재도약하려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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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31면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경제와 기업은 용수철과 같다. 너무 과도하게 오래 눌려 있으면 회복력과 생존력을 잃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세계은행(WB) 수석부총재였던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강도 초고금리 정책에 반기를 들며 한국경제에 숨통을 틔우는 구조 개혁과 경기 활성화 정책 자문을 통해 위기 극복에 일조했다. 스티글리츠의 경구를 지금 소환하는 이유는 국내 경기 침체 우려를 잠재울 재도약의 반전 모멘텀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킬러규제 혁파와 구조 개혁이 정답
경기 침체 심화는 저성장 고착화
반전 위한 선별적 재정확대 필요
한·미·일 상시 통화스와프 구상을

선데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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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IMF의 분기별 업데이트 통계는 우리가 당면한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주요국 중 한국만 올해 성장 전망치가 1.4%로 하향 조정돼 3% 수준인 글로벌 성장률 절반에도 못 미치고, 5회 연속 낮춰진 경기둔화 추세 또한 심상치 않다. 무역수지와 재정수지의 쌍끌이 적자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내년에도 1%대 저성장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주요 국제 투자은행(IB)의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4D’의 늪에 빠진 중국경제는 사면초가다. 과도한 국가부채(Debt)와 생산 가능 인구감소(Demography)에다 최근 디플레이션(Deflation)과 디폴트(Default) 사태 확산으로 불거진 중국경제 파열음은 우리 경기 회복에 큰 걸림돌이다. 중국 위기론 파장으로 글로벌 거시경제 지형은 급변하고 ‘강달러’의 귀환으로 외환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경제의 연착륙과 일본의 예상을 뛰어넘은 성장세와는 반대로 소비 위축과 수출 급감에 따른 디플레 국면에 처한 중국은 부동산 거품붕괴 여파로 대형 건설그룹인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에 몰렸고 비은행 자산신탁업 등 ‘그림자 금융’으로 위기는 전이될 조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한 중국경제의 역주행은 국내기업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면서, 대외통상 및 투자 다변화와 국가 경쟁력 강화가 다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문제는 우리의 정책적 딜레마다. 전형적 경기대책인 금융 통화, 재정정책 수단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한계다. 지속적인 인플레 압박에다 최근 ‘빚투’ 증가세로 통화정책 완화는 쉽지 않고 지난 5년간 크게 훼손된 재정건전성에다 불황에 따른 세수 감소로 적극적 재정확장 카드도 꺼내기 어렵다. 과거 경제위기 당시 튼실한 재정에 힘입어 성공적 조기 극복을 이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돈 안 들이고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투자를 촉진할 ‘킬러 규제’ 제거가 우선이고, 근본적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 개혁의 정공법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잠재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을 반전시키기 위해 성장 잠재력의 3대 결정요소인 노동·기술·자본 각 부분의 효율성 제고도 필수다. 현 정부의 대표 개혁과제인 노동, 교육, 금융혁신을 통한 효율적 자원배분을 추구해야 한다.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은 국내 민간투자는 물론 해외직접투자(FDI) 유치에도 핵심 요인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투자환경 개선을 통해 고용효과가 큰 FDI 그린필드 투자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생성형 AI 그리고 포스트 팬데믹 산업 대전환으로 첨단기술 패권 경쟁 시대를 맞은 오늘날, 국가 미래는 교육 개혁에 달렸다. 노벨과학상은 물론 월가 등 각 분야의 뛰어난 인물을 배출하는 ‘유대인 교육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내 질문에 세계적 금융그룹 칼라일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돌아온 자식과 저녁을 같이하라. 대화의 초점은 성적 얘기가 아니라 ‘오늘 학교에서 어떤 남다른 질문을 했나?’가 돼야 한다.” 노벨상도 좋은 질문에서 출발한다며 창의성과 다양성을 살리는 데에서 교육혁신의 길을 찾으라는 얘기였다. 나아가 인재 육성의 비결은 바른 가정교육과 절제된 교육시스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유대인들의 성공적 경험이 주는 메시지였다.

앞서 언급한 스티글리츠의 경고처럼, 규제 혁파와 중장기적 개혁과제 외에 당면한 경기침체 심화는 저성장 고착화를 초래해 재정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악순환의 위험을 키우는 만큼, 경기 활성화 대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위기 극복은 구조개혁을 통한 중장기적 정공법과 경기침체 충격의 확산을 막기 위한 단기 대응의 투트랙이 필요하다. 경기 반전을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재정건전성 회복 기조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선별적 재정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금 살포성 경기부양을 지양하고 재정지출 우선순위 재조정 등을 전제로 말이다. 구조개혁과 경기부양은 꼭 상충적이라기보다 잘 활용하면 보완적일 수 있다.

도전적 글로벌경제 여건 하에서 금융안전망 강화가 중요하다. 이번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선 역사적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2008년 4월 당시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필자의 기억으로도 캠프 데이비드 회동은 정상 간 신뢰 관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 계기가 됐고 같은 해 9월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한몫한 한·미 통화스와프의 신속한 체결에서 빛을 발했다. 한·미·일 정상회의 후속 조치로 ‘한·미·일 3국 상시 통화스와프’도 안보·경제 공조 체제 강화의 큰 틀 안에서 구상해 볼 만하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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