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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지럽고 구역질, 귀·뇌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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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28면

헬스PICK

어지럼증은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증상이다. 성인 인구의 25%가 한 번은 경험해봤고 이 중 절반은 어지럼증으로 신체 활동이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고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8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어지럼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어지럼증은 양상과 원인 질환이 다양하고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회복하는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지 않으면 만성화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중병의 위험 신호를 놓치는 것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 질환, 시기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

김모(65·여)씨는 5년 전 새벽,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다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을 느꼈다. 일어서려고 움직이자 주변이 빙글빙글 돌고 땅으로 꺼지는 느낌에 그대로 쓰러졌다.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고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속이 울렁거려 구역·구토가 나왔다. 응급실에 실려 간 김씨는 검사 결과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일상에서 이따금 어지럼증을 느꼈고 일 년에 한 번꼴로 이석증이 재발해 까무러치는 일이 잦았다. 김씨는 “혹시나 어지럼증이 도질까 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며 “경미한 어지럼증 때문에 불쾌한 느낌이 자주 든다. 쉽게 넘길 증상이 절대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어지럼증은 크게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구분한다. 중추성은 대뇌, 소뇌, 뇌혈관 등 뇌의 구조적·기능적 이상 탓에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다. 말초성은 중추성이 아닌 원인에 따른 어지럼증이다. 대개 귀 질환, 전정신경 질환, 빈혈 등이다. 어지럼증 환자의 약 90%는 말초성이며 이중 가장 흔한 건 이석증이다. 전정기관에 얹어져 있는 미세한 돌(이석)이 떨어져 나와 증상을 유발한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이영배 교수는 “이석증은 두부 외상, 전정신경염 등으로 허혈이 생겨 석회화하거나 퇴행성 변화로 석회화 물질이 발생하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예방하려면 갑자기 머리 위치를 변화시키거나 자세를 바꾸는 행동을 피하고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평소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빙글빙글 도는 느낌 탓에 눈을 뜨거나 걷는 것이 어렵다. 걷더라도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심한 구역·구토를 동반하고 식은땀·설사 같은 증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증상이 심해 몸은 힘들더라도 치료받으면 대부분 특별한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며칠에서 몇 주 안에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중추성 어지럼증은 전체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지만, 뇌졸중·뇌종양과 같은 뇌 질환의 전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조모(48)씨는 1년 전, 어느 날 저녁 무렵 두통이 시작됐다. ‘일시적인 통증이겠지’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러나 다음날 업무 중에도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을 느꼈다. 약을 먹었지만 증상에 차도가 없었다. 어지럽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파 밤이 돼서야 응급실에 갔다. 입원해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얼굴 앞면의 마비와 경련까지 왔다. 검사 결과 뇌경색이었다.

뇌졸중은 중추성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혀 뇌 조직이 손상된 뇌경색이나 뇌혈관이 파열된 뇌출혈이 발생했을 때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뇌종양이 있을 때도 종양의 크기가 커지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별한 뇌 영상 검사 소견에선 이상이 없더라도 어지럼증과 함께 안구운동 장애나 팔다리를 제대로 가눌 수 없다면 퇴행성 뇌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나승희 교수는 “뇌졸중, 뇌종양, 퇴행성 뇌 질환 등이 중추성 어지럼증을 발생시키는데 이런 뇌 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심한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중추성 어지럼증은 빙빙 도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어질어질한 느낌이 지속하는 경향을 보인다. 균형 잡기가 힘들어 걸음걸이도 비틀거리지만, 말초성과 달리 방향성이 거의 없다. 두통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감각 이상이나 하나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근육 마비와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증상이 어지럼증과 함께 동반된다면 귀 때문이라고 자가판단하지 말고 신속히 치료받아야 한다”며 “중추성 어지럼증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심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지럼증이 발생했다면 머리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이동한 뒤 10~20분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 이석증이 의심된다면 일단 이석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머리나 몸을 급격히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머리를 돌리거나 뒤로 젖히는 식의 과도한 움직임을 줄이고 취침 때까지 되도록 머리를 세운 채 앉은 자세를 유지한다. 병원에 가면 머리 위치를 순차적으로 돌려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이석 정복술을 시행해 치료한다.

골프·두피 마사지하면 어지럼증 재발

어지럼증이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머리가 흔들리는 운동과 치료를 피한다. 대전선병원 귀코목센터 장희상 전문의는 “골프 운동이나 박동성 두피 마사지, 충치 치료 중 시행하는 치아 드릴링, 전기자극치료 등을 시행 받을 때 어지럼증이 재발하는 사례가 꽤 있다”며 “어지럼증은 한 번 재발하면 자주 반복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어지럼증 발생 후 3개월 정도는 이런 운동이나 치료를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어지럼증 발생 후 안정을 취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심한 두통, 발음 장애, 복시, 편측 감각·운동 장애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신속히 인근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어지럼증을 줄이려면 최대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지나친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한다. 특히 골 대사와 혈액순환 증진을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도움된다. 급격한 실내외 온도 차로 혈액순환 장애가 유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두부외상이나 중이염, 큰 소음 노출 등 원인 인자가 될 수 있는 요소를 가급적 피한다. 뇌 질환 탓에 어지럼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혈압과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염분의 과다 섭취를 주의하고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피하며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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