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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전공노...대형조직 안동시지부 탈퇴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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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8일 서울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정책 조합원 총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이상민 행안부장관 파면과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지난해 11월 28일 서울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정책 조합원 총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이상민 행안부장관 파면과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북 안동시 공무원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집단 탈퇴를 추진하고 나섰다. 전공노 안동시지부 조합원은 1000여명이 넘는다. 조합원 수론 전공노 전국 지부 중 상위권에 속한다. 이에 전공노는 지부장 권한을 중지시키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추가적인 타 지부의 탈퇴 움직임을 막으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18일 전공노 안동시지부에 따르면 시지부는 최근 운영위원회를 열고 민노총·전공노 탈퇴를 위한 전체 조합원 1300여 명의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직형태 변경안을 조합원에게 물을 임시총회는 오는 30~31일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나친 정치 투쟁, 탈퇴 목소리로 이어져”

안동시지부 조합원들은 민노총·전공노의 ‘지나친 정치 투쟁’을 탈퇴 이유로 내세웠다. 지부 관계자는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전공노는 민노총 방침에 따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사드 배치 반대 문제에 이어 지금은 윤석열 정권 퇴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정치 투쟁에 대한 반감이 높은 안동시지부는 지난해 11월 전공노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석열 정부 정책평가 총투표’에도 유일하게 불참했다. 안동시지부 조합원의 대다수가 총투표 참여를 반대해 거부 결정을 내리면서다. 이 총투표에서는 ▶‘이태원 참사’ 책임자 행안부 장관 파면·처벌 ▶돌봄·요양·의료·교육 등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 등 7개 안건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물었다. 당시 정부는 장관 파면·처벌 등 일부 문항이 공무원노조법에서 보장한 노조 활동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총투표를 위법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실시한 정부정책 조합원 총투표 결과. 사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지난해 11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실시한 정부정책 조합원 총투표 결과. 사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또 조합비의 70% 이상을 상급단체가 분담금 명목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탈퇴 추진 이유로 꼽힌다. 안동시지부에 따르면 매년 1인당 조합비 1만5000원을 걷는데, 이 중 전공노 중앙이 8000원, 전공노 경북본부가 3000원을 상급단체 분담금으로 가져간다.

전공노, 즉각 공문 보내 지부장 권한 정지

전공노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공노 안동시지부가 탈퇴 추진 움직임을 보인 직후 해당 지부장에게 권한 정지를 통보했다.

전공노가 17일 안동시지부에 전달한 공문에 따르면 “안동시지부는 현재 조직 탈퇴 및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서명부를 배포하는 등 ‘반조직 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단결을 저해하고 우리 조합의 조직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유철환 안동시지부장에 대해 현재 직책과 관련한 일체의 권한을 정지하며 즉각 반조직 행위를 중단할 것을 명하며 이후 권한 정지된 직책을 사칭한 모든 행위는 원천 무효”라고 명시했다.

경북 안동시청 전경. 사진 안동시

경북 안동시청 전경. 사진 안동시

이에 대해 유철환 전 지부장은 “전공노가 이처럼 신속하게 권한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유례없이 빠른 결정”이라며 “전공노 전국 지부 중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인 지부가 드물다 보니 탈퇴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안동시지부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지부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곳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임시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른 지부들에게도 분명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동시지부의 탈퇴 움직임에 전공노 경북본부 내 다른 지부들은 서로 다른 온도 차를 보였다. 김천시지부 관계자는 “김천의 경우 탈퇴 논의를 본격화한 것은 아니지만 김천시지부 내부에서도 여러 여론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주시지부 관계자는 “전공노를 탈퇴할 계획이 없다. 안동시지부의 탈퇴 움직임은 우리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시총회 효력 두고 전공노-지부 공방 예상 

한편 안동시지부가 향후 개최하게 될 임시총회와 그에 따른 찬반 투표가 실제 효력을 지닐지에 대해선 두 단체 간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안동시지부가 임시총회를 개최하기 전 전공노가 유 전 지부장의 권한을 정지했기 때문에 현재 예정된 임시총회는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어서다.

앞서 2021년 8월 전공노 탈퇴 선언을 한 강원 원주시 공무원노조는 임시총회 개최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전공노의 문제 제기로 2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다만 법원은 원주시 공무원노조의 전공노 집단탈퇴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해 12월 15일 전공노가 원주시 공무원노조를 상대로 낸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당시 전공노 원주시지부였던 원주시 공무원노조에 대해 “자체적인 규약과 내부 조직 등을 갖고 있었고 산별노조 활동과는 별개로 고유한 목적을 갖고 활동해 왔다”고 인정하면서 “원주시지부 차원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불복한 전공노는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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