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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사건 이어 또…신림동 주민들 “불안해 등산도 못갈 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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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내의 공원과 연결된 야산에서 대낮에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둔기로 폭행까지 당한 피해자는 현재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에서 30대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강간상해)로 최모(30)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오전 9시55분에 서울 금천구 독산동 주거지에서 출발해 걸어서 오전 11시쯤 범행 장소 인근에 도착했다. 범행은 오전 11시44분에 일어났다. 사건 현장 근처를 지나던 한 등산객이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낮 12시10분쯤최씨를 범행 현장 인근에서 붙잡았다. 최씨는 검거 당시 경찰에 저항하진 않았지만, “나뭇가지가 떨어져 여성이 넘어졌다”고 말하는 등 범행을 부인했다.

현장에선 최씨의 휴대전화, 모자와 함께 손가락에 끼우는 금속 재질 둔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최씨가 둔기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피해자와 면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음주 측정과 마약 간이시약 검사도 했지만, 범행 당시 마약 복용 또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전과 등에 따른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도 아니었다. 경찰은 18일 최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최씨의 의료기록과 인터넷 검색기록 등을 확보해 정신질환이나 범행의 사전 계획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사상 처음 ‘흉악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치안활동’에 들어간 뒤 발생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 3일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고, 다중 밀집지역 3329곳에 하루 평균 1만 명이 넘는 경력을 투입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지난달 21일 조선(33·구속)이 흉기 난동을 벌인 지하철 신림역에서 멀지 않다. 당시에도 대낮에 벌어진 강력 범죄에 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비슷한 지역에서 또다시 대낮에 흉악 범죄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실제로 이날 범행 현장은 야산 중턱이지만, 근처 아파트와는 도보로 10분 거리인 사실상의 도심이다. 사건 발생 당시에도 범행 현장 인근 계곡 등에는 더위를 피하러 나온 시민들이 있었다. 등산객 정모(72)씨는 “산속에는 CC(폐쇄회로)TV도 없는데, 이제 불안해서 등산도 못 하게 됐다”며 “한 사람이 그러니까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기존에 신고된 온라인 살인예고 글과는 연관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17일 오전 9시까지 살인예고 글 393건을 확인해 그중 163건과 관련한 171명을 검거했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230건의 작성자도 찾아내기 위해 수사·수색 인력이 대거 투입했다.

한편,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 예고로 시작된 일본발 e메일 테러 협박도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17일 오전에도 일본대사관과 일본인 학교, 대법원, 지하철역, 철도역 등을 폭파하겠다는 e메일 여러 통이 국내 언론사와 대사관 등에 발송돼 경찰이 순찰·수색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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