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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중국, 뜨거운 미국 사이에 끼었다…코스피 장중 2500 붕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뜨거운 미국 경제’와 ‘차가운 중국 경제’가 한국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코스피 지수는 3개월 만에 장중 2500선을 내줬고, 원화가치도 하락(환율은 상승)하며 연저점에 바짝 다가섰다.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화가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9포인트(0.23%) 하락한 2,519.85로 마감했다. 원화값은 전일보다 5.1원 내린 1,342원으로 마쳤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화가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9포인트(0.23%) 하락한 2,519.85로 마감했다. 원화값은 전일보다 5.1원 내린 1,342원으로 마쳤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5.2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1340원을 밑돈 건 올해 연중 최저점인 지난 5월 2일(1342.1원) 이후 처음이다.

주식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23% 내린 2519.8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2500선 아래(2482.06)까지 내려갔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을 줄였다. 코스피가 장중 2500선을 밑돈 건 지난 5월 17일(2475.02) 이후 석 달 만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통화가치도 출렁였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0.44% 하락했고, 항셍지수(-0.01%) 하락 마감했다. 엔화가치는 달러당 146엔까지 밀리며 지난해 저점(150엔)까지 근접했다. 위안화 가치도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3위안까지 하락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시장이 흔들린 건 중국 부동산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 긴축)적 메시지가 악영향을 미친 영향이다.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ed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히 목표치(2%)를 상회하고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는 인플레이션의 상당한(significant) 상방 위험이 계속 목격되고 있고, 이는 추가적인 통화 긴축을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좀처럼 식지 않는 미국 경제에 고금리 장기화는 상수가 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이날 발표한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8%로 직전인 지난 8일 전망치(4.1%)보다 크게 높아졌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고물가가 만성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로드 아벳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레아 트라우브는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인 2%를 훌쩍 상회하는 만큼 경제가 흔들리더라도 금리 인하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장기물 금리도 크게 뛰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수익률)는 이날 연 4.28%까지 치솟았다. 2008년 6월 13일(4.27%)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데다, 미국 정부가 장기물 발행을 늘린 탓이다.

장기 금리가 더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현재의 장기물 금리 수준을 정점으로 보지 않는다”며 “향후 10년간 국채 10년물 금리가 평균 연 4.75% 수준을 나타내거나 그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머스는 고물가 장기화와 미국의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도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단기간 내에 연 5.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6일 기준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연 4.38% 수준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위험자산인 주식, 다른 국가의 통화 등에 대한 투자 매력을 줄이게 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지나치게 뜨거운 미국 경제와 달리 중국 경제는 차갑게 식고 있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 하락이 금융 등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그림자 금융(비은행 금융상품)’으로 부실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중국 대형 자산운영사인 중즈(中植)그룹이 부채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즈계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신탁은 최근 약 3500억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만기 상품의 상환을 연기하는 등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신탁 업계의 부동산 익스포저(노출)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조 2000억위안(40조원) 수준이다.

중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누그러진 듯했던 ‘킹달러’(달러화 초강세)의 기세도 강해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16일 103.4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중순 99까지 떨어진 뒤 상승세로 돌아섰다.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몰린 데다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며 엔화도 강세로 돌아서지 못한 영향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으로 인해 아시아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원화는 이를 더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등 변수가 많지만 원화가 단기간 내에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만큼 원화가치가 달러당 1360원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눈은 오는 24~26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으로 쏠리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 총재 연찬회인 잭슨홀 미팅은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정책 행보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긴축 메시지가 이어지며 원화값이 급락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도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 같다”며 “추가적인 시장 금리 상승은 없더라도 잭슨홀 미팅이 금리 하락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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