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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 싱글맘도 열흘이면 반도체 취직"…TSMC 인력 모시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TSMC가 인력난에 노조 반발까지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진은 대만 TSMC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TSMC가 인력난에 노조 반발까지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진은 대만 TSMC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TSMC가 인력난에다 현지 노동단체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TSMC는 ‘숙련 인력 부족’을 이유로 공장 완공 시기를 1년 늦추고 대만 현지에서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현지 노동자들과 미국 정치권이 들고 일어나면서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 지역노조 ‘애리조나 파이프 트레이드469’는 청원 플랫폼 보터보이스에 “미국 근로자가 외국인들로부터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TSMC가 요청한 500개 이상의 EB-2 취업비자 발급을 차단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애리조나 되살리기’ 등 정치 단체들도 “TSMC가 국내 고용 기회 창출을 약속한 반도체지원법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역 노동 연합인 ‘애리조나 파이프 트레이드469’는 최근 미국 청원 플랫폼 보터보이스에 “TSMC가 요청한 외국인 근로자 비자를 차단하고 미국 일자리를 보호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시작했다. 보터보이스 캡쳐

지역 노동 연합인 ‘애리조나 파이프 트레이드469’는 최근 미국 청원 플랫폼 보터보이스에 “TSMC가 요청한 외국인 근로자 비자를 차단하고 미국 일자리를 보호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시작했다. 보터보이스 캡쳐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류더인 TSMC 회장이 “장비 설치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 대만에서 기술자를 파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후폭풍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첫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TSMC는 당초 내년부터 4나노미터(㎚·10억 분의 1m) 칩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2025년으로 연기했다. 이에 대해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건설 노조인 애리조나건설무역협회 애론 버틀러 회장은 언론 기고를 통해 “TSMC가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 인력을 데려오기 위한 핑계 수단으로 건설 지연을 이용한다”고 반발했다. 로 칸나 미국 민주당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의회는 (TSMC가) 노조원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애리조나주에선 TSMC와 인텔이 동시에 공장을 지으면서 인력 조달 경쟁이 한창이다. 두 회사는 마리코파  커뮤니티컬리지 등 3개 지역 전문대와 협력해 열흘간 교육을 받으면 반도체 기술자로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현지 매체 인사이더는 무직의 싱글맘이 하루 4시간, 10일간 교육을 통해 취업한 사례를 소개하며 “600명 이상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경험이 없어도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TSMC 공장과 1400㎞ 떨어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 중인 삼성전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말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4㎚ 공정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미국 스타트업 그로크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을 이곳에서 생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것이 처음인 TSMC와 달리 삼성은 1997년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에 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테일러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오스틴 공장으로 지역 고등학교 교사들을 초청해 교육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해 졸업 후 반도체 분야에 일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삼성 역시 고급 두뇌 구하기는 어려운 과제다. 딜로이트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만 반도체 인력 부족이 100만 명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텍사스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텍사스인스트루먼츠, NXP, 인피니온 등 굴지의 반도체 기업이 있기에 고급 인력 유치에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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