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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협력 심화' 첫 결과물은 北 인권...6년 만 공개회의 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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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7일 오전 10시(현지시간) 공개 회의를 열고 표결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논의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안보리의 북한 인권 관련 공개회의는 개최된다면 약 6년만으로, 오는 18일 한ㆍ미ㆍ일 정상회의 직전 3국 공조의 성과를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회의를 개최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회의를 개최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표결로 개최 판가름 

이날 북한 인권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는 앞서 한ㆍ미ㆍ일 3국과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알바니아가 공동으로 요청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0일 약식 회견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관련 공개회의가 개최된다면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탈북민 등이 참석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설명하고 이사국 대표가 각국별로 발언하는 순서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달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 측 유엔대사와 한국을 비롯한 이해당사국 대사들의 간단한 기자회견도 예정돼있다"고 말했다.

통상 안보 이슈를 다루는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정식 의제로 채택해 공개회의까지 추진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북한 인권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한다는 신호다.

다만 그간 안보리에서 꾸준히 북한을 비호해온 중국은 "인권은 안보리의 권한 밖인 데다 대립과 적대를 심화시킨다"(중국 유엔대표부 대변인, 지난 14일)며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안보리에서 공개회의를 반대하는 이사국이 있을 땐 '절차 투표'를 거쳐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회의를 열 수 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정부는 회의 개최를 위해 필요한 표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한ㆍ미ㆍ일이 그간 외교적 교섭에 총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현재 안보리는 미국·중국·프랑스·러시아·영국의 5개 상임이사국과 알바니아·브라질·에콰도르·가봉·가나·일본·몰타·모잠비크·스위스·아랍에미리트(UAE) 등 10개의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돼있다.

3국 정상회의 직전 성과 

이와 관련, 북한 규탄을 번번이 막아선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상임이사국 3개국이 찬성표를 던지고, 이미 공개회의를 함께 요청한 일본과 알바니아, 그리고 그간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냈던 스위스, 에콰도르, 몰타 등이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5일 이그나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교부 장관과 통화했는데 이번 안보리 공개회의 관련 논의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17일 공개회의가 개최된다면 이튿날 열리는 한ㆍ미ㆍ일 정상회의의 짧은 예고편이 될 수 있다. 3국 정상회의에서도 납북자·억류자 문제를 비롯한 북한 인권 문제가 비중 있게 논의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ㆍ러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남용해 유엔 안보리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3국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안보리 차원에서 의미있는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는 함의도 있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아킬레스건 찔리자 반발 

안보리 공개회의는 비공개회의와 달리 전체가 생중계되며 공식 기록으로도 남는다. 북한 인권 관련 가장 최근의 공개회의였던 2017년 12월 회의 또한 중ㆍ러의 반대로 절차 투표를 거쳐서 개최됐는데, 당시 회의에선 "북한 정권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 침해는 김정은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미국), "북한 핵 문제와 인권 문제는 동전의 양면"(한국) 등 날 선 지적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정치범 수용소, 강제 북송, 억류자 문제 등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각국이 건드리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공개 석상에서 다룬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실제 북한은 안보리에서 공개회의가 추진되자 최근 이른바 '인권 역공'을 벌이며 반발하고 있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15일 담화를 통해 "인종차별, 총기류 범죄 등을 묵인 조장하는 미국이야말로 유엔 무대에서 취급될 범죄 국가"라며 "미 제국주의자들과 정치군사적, 사상적 대결에 준비돼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판문점을 통해 지난달 14일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과 관련해 약 한 달만에 처음으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내고 "트래비스 킹이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으로 넘어올 결심을 했다고 자백했다"며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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